아이폰 듀오. 사진=EPA·연합뉴스
아이폰 듀오. 사진=EPA·연합뉴스
"우리 것 재탕 다 끝나면 알려줘요 😉."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가 공개되자 이 같이 '디스'했다. 현지 감성이 반영된 특유의 디스전이 펼쳐진 것. 삼성전자는 애플이 갤럭시Z폴드8을 재탕했다면서 아이폰 듀오 폼팩터부터 액세서리까지 깎아내렸다.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미국 모바일 공식 엑스(X) 계정엔 아이폰 듀오 공개 전후로 애플을 겨냥한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기다리게 한다고? 좋아. 우리는 여기서 세 겹으로 접고 있을게요"라며 자사 기술력을 강조했다. 애플이 첫 폴더블폰을 공개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트라이폴드폰을 한발 앞서 출시했던 사실을 내세운 것이다.

아이폰 듀오가 모습을 드러내자 공세 수위는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너무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거 심즈 후속작인가…"라고 적었다. 신제품인데도 기존 제품과 비슷하다는 점을 게임 후속작에 빗대 비꼰 표현이다. 그러면서 "우리 것 재탕 다 끝나면 알려달라"라며 애플이 삼성의 폴더블폰을 뒤늦게 따라왔다는 취지의 게시글로 공세를 이어갔다.
아이폰 듀오. 사진=XINHUA·연합뉴스
아이폰 듀오. 사진=XINHUA·연합뉴스
제품명 '듀오'도 공격 소재가 됐다. 삼성전자는 언어학습 애플리케이션(앱) 듀오링고 계정을 태그하면서 "정말 안됐네요, 듀오링고. 그들이 우리 것도 베꼈어요"란 글을 남겼다. 듀오링고도 아이폰 듀오 공개 전 "흥미로운 행사다. 우리 브랜드가 침해당하는 일은 없겠지"라면서 관심을 보였다. 이후 제품명이 공개되자 "아이폰 뭐라고?"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액세서리를 향해서도 "액세서리? 음식은 없고 소스만 있는 느낌인데"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ItsTimeToSwitch(이제갈아탈때)'란 해시태그를 붙였다. 또 아이폰 듀오를 침대 옆 탁상시계처럼 활용하는 모습엔 "침대 옆 탁상시계라니.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인데"라고 응수했다. "지금까지 봐선 그냥 똑같네요"라는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일부 게시글의 경우 조회수가 수백만회에 이를 만큼 화제가 됐다. 1000만회가 넘는 게시글도 나왔다. 경쟁사 신제품 발표 장면을 짧은 시차로 계속 받아치면서 공세 강도와 빈도를 동시에 끌어올린 셈이다.

아이폰 공개 행사 뒤엔 "다양했나? 아니다. 흥미로웠나? 아니다. 행사는 열렸나? 그렇다"며 공세를 지속했다.

이를 본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선 "오늘 애플 행사에서 가장 좋은 건 아이폰 듀오가 아니라 아이폰 듀오를 두고 삼성이 트위터에서 완전히 폭주한 것"이란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폰 듀오. 사진=XINHUA·연합뉴스
아이폰 듀오. 사진=XINHUA·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애플 안방에서 벌인 도발은 국내 SNS상에서도 화제였다. 국내 SNS 계정들을 보면 "애플 신제품 발표하자 두드려패는 삼성", "애플 긁느라 바쁜 공계(공식계정) 근황"이란 제목의 게시물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어 학습용 채널을 운영하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삼성전자가 사용한 표현들을 놓고 "영어 표현 맛집"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계정에서 진행한 '여러분은 애플파 vs 삼성파?'란 주제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총 2666명이 참여했다. 이 중 72%(지난 10일 오후 기준)는 '삼성'을 선택했고 28%는 '애플'을 꼽았다.

삼성전자 현직 임원도 뛰어들었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지난 10일 리멤버 커넥트를 통해 "애플의 첫 폴더블이 견고함을 이유로 다소 묵직하고 두껍게 설계뷰된 것과 달리, 주머니에 넣었을 때의 일상적 그립감과 휴대성에서 삼성이 압도적 편의성을 선사한다"며 "오랜 기간 필드 테스트를 거쳐 힌지 구조를 정교하게 깎아내 주름 깊이와 기계적 신뢰성을 모두 잡은 점도 수년간 시장을 개척해 온 삼성만의 저력"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