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기 기흥캠퍼스에 근무하는 임모씨(34)는 최근 세 살 자녀를 보낼 유치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월 60만원대인 동탄 숲유치원과 월 170만원에 달하는 체육 특화 유치원이 후보다. 그는 다음달부터 동탄에서 열리는 유치원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생태 교육에 특화된 숲유치원 세 곳을 비롯한 이들 유치원은 3세반부터 운영해 이른 나이부터 특별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를 겨냥하고 있다. 임씨는 “시간과 돈이 더 들더라도 자연 체험과 체육 활동, 주 1회 원어민 수업까지 모두 갖춘 특별한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 부모 ‘성공 공식’, 자녀에게 이식

반도체 호황으로 고소득층에 진입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들이 자녀 교육에 돈을 퍼붓고 있다. 9일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동탄4동 입시학원의 지난 6월 평균 매출은 75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 증가했다. 이곳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동탄역에서 1.5㎞ 떨어진 청계동 ‘항아리 학원가’가 포함된 행정동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통 교육특구인 목동5동의 입시학원 평균 매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치동은 1동(1.7%)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에 머물렀다. 절대 매출은 여전히 목동·대치동이 높지만 중소형 학원을 중심으로 동탄의 교육 수요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학원가에서는 동탄 학부모의 높은 구매력과 꾸준히 늘어나는 학령인구가 사교육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탄구 인구는 2021년 38만1993명에서 지난해 42만2553명으로 10.6% 늘었다. 이 중 5~19세 학령인구는 8만5792명으로 4년 새 5.4% 증가해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 추세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치동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동탄에 영어학원을 연 김모씨(38)는 “학원비는 대치동과 비교해도 크게 낮지 않은데 학령인구는 계속 늘고 있어 동탄에 자리 잡았다”며 “교육열도 대치동 못지않아 기반을 잘 다지면 대형 학원으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 학원가에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박은주 씨는 “학원이 한 번 들어오면 잘 빠지지 않고, 점차 규모를 확대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 학원 10곳 중 4곳 수학·과학 교습

교육 투자의 방향은 특히 수학·과학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경기교육청이 공개한 6월 말 동탄 지역 등록 학원 1494곳 가운데 수학이나 과학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확인되는 학원은 최소 575곳으로 38.5%를 차지했다. 청계동의 한 수학학원 원장 정모씨는 “학부모도 원하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듣고 자라는 게 있다 보니 이공계 선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이공계 진학을 넘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나 해외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취업까지 염두에 두는 부모도 많다. 부모가 경험한 엔지니어로서의 경력과 높은 소득을 자녀에게도 이어주기 위해서다.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첨단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에게는 높은 소득과 경력을 쌓을 기회가 계속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0년째 동탄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삼전닉스에 다니는 학부모들과 이야기해보면 자녀가 미국 빅테크의 엔지니어로 성장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동탄의 교육열은 경기 남부의 과학고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현재 경기도 내 과학고는 의정부 경기북과학고 한 곳뿐이지만 앞으로 부천, 성남, 시흥, 이천에 네 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경기교육청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커진 이공계 인재 육성 수요에 맞춰 이 지역에 과학고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천고와 분당중앙고를 전환한 부천과학고, 분당중앙과학고가 내년 3월 문을 열고 시흥과학고는 2029년, 이천과학고는 2030년 개교할 예정이다.

동탄=우연수/최영총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