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앙과 지방정부, 교육청,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서 2차 도급(하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공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업무 전부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일감 일부를 떼내 다시 하도급을 주는 게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도급 노동자가 정당하게 대우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공공부문부터 만들어 민간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책 시행 취지로만 보면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포괄적 지침이 현장 상황과 무관하게 적용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 공공사업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급, 재도급으로 이어지는 사업구조를 원천 봉쇄하면 대기업 참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비용 효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경제성 관점에서 사업을 크게 묶어 발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러 개로 쪼개 따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비용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분야별 발주가 가능할 만큼 공공 부문이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도급계약을 2년 이상 보장하도록 명시한 것도 과도하다.

불법 하도급의 폐해가 큰 건 사실이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무등록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면서 일어났다는 감사원 판단도 나왔다. 원청 기업에 비해 열악한 하도급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임금·복지 수준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공 부문의 2차 도급 금지가 하도급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될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자칫 뚜렷한 성과 없이 전시성 행정에 그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선의로 시작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만 해도 큰 부작용을 낳았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근로자 9500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지금도 경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당시 공공 부문의 무리한 정규직화가 ‘로또 정규직’을 만들어내면서 신규 채용 여력을 줄이기도 했다. 2차 도급 금지로 인해 공공 부문의 비효율이 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섣불리 민간 확산까지 거론하는 것도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