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국내 상위 5대 증권사가 전체 시장 수익의 절반 이상을 쓸어 담는 동안, 자본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25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2조32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의 상반기 순이익은 7조7005억원에 달했다. 전체 25개사 순익의 62.5%를 5개사가 쓸어 담은 셈이다.
증권업계 양극화 심화…순익 62% '빅5'가 쓸어 담아
코로나19 유동성 장세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호황을 누렸던 5년 전(2021년 상반기)과 비교하면 격차는 확연하다. 2021년 상반기 5대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2조8053억원으로 전체의 47.3% 수준이었으나, 5년 새 4조8952억원(174.5%) 급증했다.

다른 20개 증권사의 순이익은 같은기간 3조 1258억원에서 4조 6256억원으로 약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사일수록 이익 증가율이 가팔랐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9072억원으로 5년 전 대비 345.1% 폭증했다. 한국투자증권(1조7311억원)과 키움증권(1조1580억원)도 각각 197.1%, 137.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나란히 안착했다.

증권업의 판도가 이처럼 바뀐 배경에는 산업 구조 자체가 대형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본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사업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지목한다. 현행 제도상 기업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기업 신용공여(자기자본 3조원 이상), 발행어음 사업(4조원 이상)에 이어 IMA(8조원 이상) 사업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기업 신용공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은 총 10개사뿐이며 IMA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3사 뿐이다. 여기에 일부 대형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레버리지로 삼아 글로벌 혁신기업 지분 투자 등 자기자본투자(PI)를 단행해 조 단위 평가이익을 거뒀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수익 사업 진입이 원천 차단된 것은 물론 기존 텃밭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공개(IPO)의 주관사 마저도 5대 증권사 위주로 쏠리면서 다른 증권사의 IB 부문 수익도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IMA 수익의 일부를 모험자본에 투자해야하는 의무 규정이 생기면서, 대형사들이 과거 눈길을 주지 않던 중소형 채권 시장까지 진입한 상황”이라며 “브로커리지도 이름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이라 갈수록 중소형 증권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