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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EUV 노광장비. ASML 제공
ASML의 EUV 노광장비. ASML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과 반도체 노광 공정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표준 구축에 나선다. 수십 년간 반도체 미세 공정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6인치 포토마스크를 12인치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2028년 업계 최초로 차세대 장비인 하이-NA EUV(극자외선) 장비를 첨단 D램 양산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8일 ASML의 12인치 포토마스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의체에 합류해 차세대 노광 표준 및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는 기업이 모두 참여한다. SK하이닉스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포토마스크는 웨이퍼에 미세 회로 패턴을 새기기 위한 정밀 ‘틀’이다.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결정짓는 핵심 도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노광 공정에는 6인치 마스크가 표준으로 쓰여왔다. 그러나 대당 4억달러(약 5300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노광 장비 하이-NA EUV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마스크의 물리적 한계가 발생했다. 하이-NA EUV는 빛의 개구수(NA·렌즈가 빛을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를 기존 0.33에서 0.55로 높여 회로 선폭을 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수준까지 한층 정밀하게 새길 수 있지만, 기존 6인치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한 번에 새길 수 있는 노광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회로를 나누어 새긴 뒤 다시 연결하는 ‘다이 스티칭’ 공정이 필수적이었고, 이는 생산 기간 연장과 불량률, 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12인치 대형 포토마스크로 전환할 경우 한 번에 더 넓은 면적의 회로를 새길 수 있어 스티칭 제약을 해소할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정밀 배치하는 첨단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의 팹 생산성을 대폭 높이고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 역시 로드맵에 맞춰 차세대 표준을 전환하고 있다. TSMC는 2031년까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33년부터 첨단 노드 대량 생산에 적용할 계획이다. 2030년부터는 첨단 노드 고부가 물량 생산에 하이-NA 기술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노광 기술 선점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하이-NA EUV 장비를 반입한 데 이어 2028년 세계 최초로 D램 양산 제품에 적용한다. 실제 양산 제품을 통해 공정 조건, 수율, 생산성을 선제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차세대 D램 미세화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도 2028년 D램 제품에 하이-NA EUV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