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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희생양은 누가…" 고위 공무원들 충격 휩싸인 이유
어공에 밀려…나가도 찬밥 '관료 잔혹시대'
재취업 문턱 높아 잇따라 탈락
불확실한 진로에 박탈감 커져
재취업 문턱 높아 잇따라 탈락
불확실한 진로에 박탈감 커져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예전에는 고위직까지 올라가면 퇴직 이후 진로가 어느 정도 보였는데, 지금은 끝까지 버텨도 다음 자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퇴직 후 유관 기관 재취업이 수월하던 경제부처 관료의 박탈감이 심하다. 용퇴한 고위 경제관료 상당수가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남호 전 산업통상부 2차관은 지난달 인사혁신처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상근고문행이 좌절됐다. 지난해 6월 물러난 김범석 재정경제부 1차관과 11월 퇴임한 박광 금융정보분석원장(FIU) 역시 재취업하지 못했다.
정부에서 현직 관료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정통 직업관료는 10% 남짓에 불과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관료를 적극적으로 중용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국민의 뜻으로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 관료집단이 정책 결정권을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문제의식과 ‘모피아’ ‘관피아’에 대한 여권의 거부감이 유독 강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료보다는 정치권·학계·시민사회 출신을 요직에 중용했다.
그나마 경제관료 출신으로 정책라인의 중심축 역할을 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물러나면서 관가에서는 “청와대와 정부 내 경제관료의 존재감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부 1차관 非관료 거론에 '관가 술렁'
퇴직 공무원의 진로를 더욱 좁히는 것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높아진 재취업 심사 문턱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나가서 갈 곳이 보이지 않는데 누가 먼저 자리를 비우려고 하겠느냐”며 “결국 위가 막히면서 아래까지 인사 적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관가에서는 최근 인사로 공석이 된 재정경제부 1차관에 비관료 출신이 기용될 수 있다는 얘기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경부 1차관은 역대 정부에서 줄곧 정통 경제관료가 맡아온 대표적인 보직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관료들이 오랜 공직생활 끝에 도전할 수 있었던 핵심 자리까지 외부에 열리면 후배들 입장에서는 승진 사다리가 하나 더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고위직에 올라도 최소한의 예우조차 받지 못한다는 박탈감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교체 과정은 관료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구 전 부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교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앞서 이명구 전 관세청장도 해외 출장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교체됐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사전 언질도 없이 교체되는 걸 보면서 ‘다음 희생양이 누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구 전 부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이형일 후보자에게 추석 전 물가를 잡지 못하면 ‘지명 취소’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뒷말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과한 농담’이라고 했지만, 관가에서는 “인사권을 앞세워 관료를 압박하는 모습이 씁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미현/한재영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