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사업이 대미투자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미국 측이 제안한 한국의 웨스팅하우스(WEC) 지분 인수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설계 능력과 한국의 시공 능력을 합친 한·미 간 원자력 동맹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7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미국 상무부의 제안 이후 미국 종합 원자력 기업인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순 서명할 예정인 한·미 대미투자 프로젝트 최종 합의문에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추진’이 담기는 것과 맞물려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원전 건설에서 한국 손을 잡으려는 배경에는 취약해진 시공 역량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을 쥐고 있지만, 미국은 30년 넘게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돼 건설 인프라와 공급망이 무너진 상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원전 르네상스’를 조기 실현하려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등으로 정해진 예산과 공기를 맞추는 능력을 입증한 한국의 시공 역량이 필수적이다.

한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양국 원자력 협력의 걸림돌이던 지식재산권 분쟁을 일거에 털어내고 한·미가 원전 수출 시장에서 단일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협상의 관건은 사업 리스크 분담과 현지에 배치할 원전 노형이다. 미국산 AP1000 위주로 지어지면 한국 기업은 단순 시공과 하청 기자재 납품에 머물러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획득한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본토에 입성하면 주기기부터 정비까지 국내 원전 밸류체인 전체가 미국에 직진출하는 활로가 열린다.

원전업계에서는 미국산 AP1000과 한국산 APR1400을 미국 내 원전 사업에 적절히 배분하는 방안이 한·미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APR1400 첫 실적을 확보해 원전 수출의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고,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시공·공급망 역량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