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실패 줄이는 '멀티모달'
신약 개발의 성패는 후보물질을 만들기 전 ‘무엇을 공격할지’를 정하는 타깃 발굴 단계에서 상당 부분 갈린다. 타깃은 약물이 달라붙어 작용하도록 정한 단백질이나 유전자, 세포 표면의 특정 분자 등을 뜻한다. 좋은 타깃을 골라야 암세포는 정확히 공격하고 정상세포의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종양 조직에서 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지를 주로 살폈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량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타깃은 아니다. 해당 유전자가 실제 단백질로 충분히 만들어지는지, 약물이 붙을 수 있도록 세포 표면에 드러나 있는지, 정상 장기에도 존재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놓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 임상 단계에서 효능 부족이나 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여러 형태의 생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멀티모달’ 방식에 주목한다. 멀티모달은 유전자와 단백질, 병리 이미지, 세포 위치 등 생체정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한 장의 사진만 보고 판단하던 데서 벗어나 같은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살펴보는 것과 비슷하다.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뿐 아니라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차이, 환자의 치료 반응, 병리 이미지, 조직 안에서 세포가 자리 잡은 위치 등을 한꺼번에 비교한다. 겉으로만 유망해 보이는 ‘가짜 타깃’을 일찍 걸러내고 실제 약으로 만들 가능성이 큰 후보를 추릴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지니너스는 멀티모달 타깃 발굴 플랫폼 ‘인텔리빌’을 고도화하고 있다. 암 조직을 세포 단위로 나눠 분석(싱글셀 분석)하고, 각 세포가 조직 내 어디에 있고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도 살핀다(공간오믹스). 타깃이 암세포에 집중돼 있는지, 정상세포에도 나타나는지, 주변 면역세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함께 확인한다.

멀티모달 타깃 발굴의 목적은 환자의 몸에서 실제로 약효를 낼 가능성이 큰 표적을 찾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 개발의 초기 실패 위험을 낮추기 위해 더 다양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