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베끼거나 빼돌린 기업은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연구개발(R&D) 비용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받는다. 기술 탈취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제재 체계를 뜯어고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기술을 침해한 기업에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한다. 현행 법률엔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은 정부 입찰사업 참여도 제한한다.
중기부는 작년 12월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근절하기 위해 중대한 위법행위에는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기술을 탈취해 1000억원 벌었는데 과징금 20억원이면 막 훔칠 것 같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했다.
중기부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국회엔 김종민 무소속 의원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송 의원 안은 과징금 한도를 40억원, 김 의원 안은 50억원으로 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술 탈취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현행 하도급법은 기술자료 유용 행위 등에 대해 하도급 대금의 두 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술 탈취와 관련한 과징금 상한을 최대 1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부는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도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 기업이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비용을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한다. 기술 탈취 피해 기업이 소송에서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중기부가 2020~2024년 중소기업 기술 침해 민사소송 1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 배상액은 피해 기업이 주장한 금액의 25.8%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 2월부터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를 시행한다. 기술 침해 소송에서 피해 기업이 상대 기업이 보유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입증 부담을 낮추는 제도다. 손해액 산정 현실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지난해 말 출범했다.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법원이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맡길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수사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 6월 기술 유출·탈취 수사를 전담하는 3개 과를 신설하고 기술경찰을 34명 증원했다. 공정위도 기술 탈취 직권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