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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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한쪽씩 풀고, 풀기 전에 살짝 숨을 들이마셔라.”

누구나 일상적으로 하는 ‘코 풀기’를 진지하게 연구한 50년 전 일본 논문이 올해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지난해 검은 소에 얼룩말처럼 흰 줄무늬를 그리면 파리가 덜 달라붙는다는 연구에 이어 일본 연구자가 20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수여하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다. 일본에서는 고(故) 운노 도쿠지 아사히카와의과대학 교수 등이 1977년 발표한 ‘올바른 코 푸는 법’ 연구가 의학상을 받았다.
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다카하라 미키 박사가 사후 이그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고(故) 운노 다쿠지 박사를 대신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3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다카하라 미키 박사가 사후 이그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고(故) 운노 다쿠지 박사를 대신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운노 교수 연구팀은 코를 푸는 방식에 따라 코 호흡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이때 귀에 어느 정도 압력이 가해지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양쪽 코를 한꺼번에 풀기보다 한쪽씩 풀고, 코를 풀기 전에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면 세게 풀더라도 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2년 별세한 운노 교수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다카하라 미키 아사히카와의과대학 교수는 “누구나 매일 당연하게 하는 행동을 진지하게 과학적으로 연구한 점이 평가받았다”며 “과학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50년 가까이 된 논문이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도 이그노벨상다운 대목이다. 주최 측인 과학 유머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는 선정 이유에 대해 “우연히 이 연구를 발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가 노벨상과 달리 이그노벨상은 연구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더라도 ‘먼저 웃게 하고, 그다음 생각하게 한다’는 기준만 충족하면 수상할 수 있다.

일본 연구자들은 엉뚱해 보이는 일상 속 현상을 과학적으로 파고든 연구로 매년 이그노벨상 단골 수상자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검은 소 몸에 얼룩말처럼 흰 줄무늬를 그리면 흡혈 곤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가 생물학상을 받았다.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의 코지마 토모타카 연구원 등이 교토대와 함께 진행한 연구다.

그 전해에는 많은 포유류가 항문을 통해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일본 연구진이 생리학상을 받는 등 일본 연구자들의 독특한 연구는 이그노벨상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인의 이그노벨상 수상은 20년 연속으로 늘었다.

올해 일본에서는 또 다른 수상작도 나왔다.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와 해외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한 ‘태생 바퀴벌레의 젖’ 연구가 화학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만드는 젖 결정체를 X선 자유전자레이저로 분석해 소 우유보다 약 3배 많은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그노벨상은 해마다 기발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과학적 의미가 있는 연구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보드카 한 잔이 외국어 구사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평화상을 받았고, 엄마가 마늘을 먹으면 모유 냄새가 변해 아기가 더 오래 젖을 먹는지를 분석한 연구와 냄새 나는 운동화를 중화하는 신발장 개발 연구 등도 수상작에 포함됐다.

올해 시상식은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열렸다. 주최 측은 미국 입국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향후 취리히를 비롯한 유럽 도시에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소가 유럽으로 바뀌었지만 이그노벨상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개막과 폐막 때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수상 연설이 60초를 넘기면 바나나 옷을 입은 진행요원이 연설을 중단시켰다. 운노 교수 대신 참석한 다카하라 교수도 시간 제한에 걸려 무대에서 ‘올바른 코 푸는 법’을 직접 시연하지 못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