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이것' 못하면 면허 날아간다…일본의 '초강수' [도쿄나우]
일본이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 갱신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일정한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이미 실차시험을 의무화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주차와 페달 조작, 안전 확인까지 평가 항목을 확대한다. 한국도 고령 운전자 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운전능력 평가와 조건부 면허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다.

3일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과속 등 일정한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적용하는 ‘운전기능검사’가 내년부터 강화된다.

일본은 현재도 해당 운전자에게 면허 갱신 때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실차시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좌회전, 일시정지 등을 평가해 100점 만점에서 감점하는 방식이며 일반 1종 면허는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갱신 기한까지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면허가 실효된다.

내년부터는 시험이 더 까다로워진다. 차고 주차를 가정한 ‘방향 전환’ 항목을 추가해 액셀과 브레이크 페달을 정확하게 조작하는지 확인한다. 시야가 좋지 않은 교차로나 일시정지 지점에서 고개를 돌려 좌우를 확인하는지를 평가하는 ‘안전 확인’ 항목도 새로 넣는다. 일시정지 위반에 대한 감점 폭도 확대한다.

시험 강화로 합격률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경찰청이 지난 7월 147명을 대상으로 새 기준을 적용한 결과 합격률은 81.6%였다. 지난해 기존 운전기능검사 합격률은 93%였다.

제도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기존 실차시험 합격자조차 사고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일본 경찰청이 2023년 면허를 갱신한 75세 이상 운전자를 2년간 추적한 결과,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있으면서 운전기능검사에 합격한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10만명당 1575건이었다. 위반 이력이 없는 같은 연령대 운전자는 10만명당 571건으로 2.8배 차이가 났다.

한국도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75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교통안전교육과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일본처럼 일정한 위반 이력이 있는 고령 운전자에게 실차시험을 전국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7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제 주행과 가상환경을 활용한 운전능력 평가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운전능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일 모두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나이’보다 ‘실제 운전능력’을 중심으로 면허 제도를 손질하고 있지만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이미 위반 이력이 있는 75세 이상 운전자를 실차시험으로 걸러내고 있고, 앞으로 시험 난도까지 높이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운전능력 평가 체계를 만들고 조건부 면허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사고 위험을 줄이는 방안은 한·일 양국의 공통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