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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위에 손 내민 전장연 "감동보다 저항의 세계로…같이 싸우자"
전장연은 2일 공식 소셜미디어에 박위 사건 관련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상희 소장의 글을 게재했다.
김 소장은 '그는 비장애중심주의 사회를 몰랐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는 사실 그의 콘텐츠를 평소에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영상에서 장애는 주류 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문제라기보다, 비장애인의 친절과 배려 속에서 극복하거나 개인적인 불편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장애를 이야기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장애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보다는 장애를 가진 개인이 비장애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외모와 사회적 자원, 대중적 인지도까지 상당한 자원을 가진 유튜버로서 장애인식 개선에 기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어쩌면 내가 가장 불편했던 것은 그의 콘텐츠가 비장애중심 사회를 거의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는지도 모른다. 때때로 내게 '휠체어를 탄 비장애남성'처럼 느껴질 만큼 아주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접하며 시각이 변했다고 짚었다. 김 소장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던 사람도 비장애중심 사회에서는 언제든 장애를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영상 공개 논란에 대해서는 "CCTV 영상 공개 과정에서 타인의 초상권이나 개인정보가 적절하게 보호되었는지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고, 이는 비판과 검토가 필요한 별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장애인을 향한 혐오 폭주에 대해서 김 소장은 "영상 공개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해서 장애를 조롱하거나,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 자체를 공격하거나, 사건과 무관한 파트너에게까지 혐오를 쏟아낼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이 친절한 비장애인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비장애사회에 항의하는 모습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에게는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누군가의 책임을 묻고, 사회에 불편함을 제기하는 순간 갑자기 등을 돌리는 장면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애인은 감동을 줄 때는 환영받지만, 권리를 요구할 때는 불편한 존재가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비장애중심주의가 모습을 드러낸다"며 "그가 이번에 마주한 것은 한 사회복무요원이나 몇몇 역무원만이 아니라, 장애인이 어느 선까지 말하고 행동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해온 비장애중심 사회의 규칙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아울러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더라도 결국 어느 순간 사회적 혐오의 대상 앞에 서게 될 수 있다"라며 "사회적 자원이 많든 적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장애인이 비장애중심 사회의 규칙을 벗어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혐오의 얼굴에는 놀라울 만큼 닮은 구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애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감동적인 사람'의 이야기에서 조금만 벗어나, 장애인이 왜 이동하다 넘어져야 하는지, 왜 이동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과 친절에 의존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도 같이 읽고, 이동권 캠페인도 같이 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시혜와 배려가 아니라 권리의 언어로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라며 "위로 대신 손을 내밀고 싶다. 감동의 세계보다 저항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고단하겠지만, 그래도 이 세계도 꽤 살 만하다. 이제 같이 싸우자"고 전했다.
박위는 지난 21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KTX 하차 중 넘어진 CCTV 장면이 포함된 영상을 게시하면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영상에는 박위가 KTX에서 내려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휠체어가 넘어지는 상황이 담겼다. 경사로 인근에 위치해 있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휠체어 바퀴가 걸리면서 일어난 사고로 파악됐다.
박위는 해당 복무요원이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왔다고 설명하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 실수를 저지른 개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대중에 드러낸 조치는 과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박위는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했으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과거 그가 업로드했던 영상들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증폭된 데 이어, 1000만원을 넘어서는 공공기관 강연료 수준까지 거론되며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결국 그는 서울시 홍보대사직도 내려놨다.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학창 시절 학교폭력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과열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가 학창 시절 소년원에 수감됐다거나 주변을 괴롭혔다는 식의 루머가 유포되자, 용산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인물들이 직접 등판해 억측을 일축했다. 동창들은 박위가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을 당시 수많은 친구들이 병문안을 찾았던 점을 언급하며 "학교폭력과는 무관한 인물"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