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전 대법관. /사진=법무법인 서온
이동원 전 대법관. /사진=법무법인 서온
이동원 전 대법관이 법무법인 서온에 고문변호사로 합류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범죄 뒤 형벌법규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바뀐 경우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60년 가까이 이어진 판례를 바꾼 정통 법관 출신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온은 지난 3일 이 전 대법관을 고문변호사로 영입했다. 서온은 이 전 대법관의 합류를 통해 고도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송무 분야의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법관은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17기를 수료했다. 1991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등을 거쳤다. 법관 시절 줄곧 재판 업무를 맡아 재판 실무에 능통하고 법리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관 후보자 시절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호평을 받았다. 2018년 인사청문회에서 기동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두고 "강직하고 성실한 정통법관"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매우 청렴·검소하고 소신 있게 재판을 해온 분"이라고 했다. 국회 임명동의안은 총 271표 가운데 찬성 247표, 반대 22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다만 2001년 아파트 매입 당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지적되자 사과하고 탈루 세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관 임명 전부터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2016년 서울고법 재직 당시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낸 의원 지위확인 소송의 재판장을 맡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 청문회에서 재판관의 성향을 둘러싼 질문이 나오자 그는 "똑같은 사건에 대해 법과 양심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게 존중돼야 한다"고 답했다.

2018년 8월 대법관에 취임한 뒤에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주심을 잇달아 맡았다. 2021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댓글 순위 조작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을 확정했고, 같은 해 텔레그램 '박사방'을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을 위한 범죄집단으로 인정했다.

2022년 전원합의체에서는 범죄 뒤 형벌법규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바뀌면 원칙적으로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1963년부터 이어진 이른바 '동기설' 판례를 변경했다. 같은 해 우리은행 DLF 사태에서는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고, 국민은행 채용비리 사건에서는 청탁 지원자 합격과 여성 지원자 차별 채용 등에 대한 유죄 판단을 확정했다.

2023년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건에서는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이사 등에 대한 무죄를 확정했다.

2024년 8월 퇴임 당시에는 법원 직원 처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법보좌관 증원과 직무영역 확대를 제안했다. 이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과 제10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의 합류로 서온의 송무 분야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온은 현재 6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무법인으로, 특히 스포츠 분야 사건에서 이름을 알렸다. 서온은 2024년 이른바 '탁구 게이트'로 불린 한국 축구대표팀 내분 논란 당시 이강인 선수의 법률대리를 맡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해인과 유영의 대한빙상경기연맹 징계 사건에서도 서온이 법률대리를 맡았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