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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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0일 ‘2기 내각’ 구성을 위한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했다. 증시 하락과 부동산 세제 개편 여파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석이던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내정 등 수석급 참모 인선도 이뤄졌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재정경제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발탁됐다. 이 후보자는 줄곧 경제정책을 입안한 엘리트 경제 관료다. 강 실장은 “젊은 경제 사령탑으로 역대 최대 경제 지표를 국민 삶의 질적인 변화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극복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는 재선 의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 기소사건 공소취소 추진 모임을 이끌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강신철 주(駐)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 육사를 졸업한 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안보국방전략비서관을 지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이 지명됐다. 홍 후보자는 지방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로 재임할 때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냈다. 강 실장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명됐다. 여성인 이·용 후보자는 각각 1985년생, 1990년생이다.

청와대 AI수석에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내정됐고, 신설되는 메가프로젝트보좌관에는 이원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이 발탁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 정무특보에, 하정우 전

AI수석은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에 기용됐다.
증시·부동산 민심 악화 속 2년차 국정동력 확보 나서

‘8·30 개각’의 핵심은 국정 지지율 하락을 방어해 국정 동력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요약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신발 끈을 다시 묶어보겠다는 취지의 인선”이라고 했다.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되는 부동산 정책 ‘투톱’인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동시 교체 카드를 꺼내고, 범여권 야당 인사를 적극 기용한 게 특징이다.

◇ 범여권 인재 활용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지명한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3명을 현역 재선 의원으로 채웠다. 현역 의원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2명이다. 나머지 한 명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으로 채웠다.

이날 함께 발표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무특보 위촉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의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발탁까지 포함하면 범여권 전체를 인재 풀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 현역 의원 기용 배경에 대해 “실력 있는 분이라면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靑 “실력 중심의 인사”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재정경제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강 실장은 “실력 있는 분이라면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김범준 기자
靑 “실력 중심의 인사”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재정경제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강 실장은 “실력 있는 분이라면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김범준 기자
이는 초대 내각 구성 때 민주당 3선 이상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안정감을 꾀하면서도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등 보수 인사 영입으로 외연을 확장한 흐름과는 다소 대비된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인사를 두루 기용해 ‘집토끼’를 잡아 지지율 하락을 저지하려는 데 무게를 실은 개각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용주의 중도 노선을 강조하며 개혁 선명성을 주장하는 당내 일부 세력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진보 내 다른 세력으로 인적 범위를 확대했다는 시각이다.

중폭 개각과 달리 청와대 참모진 인선은 공석을 채우고 메가프로젝트보좌관만 신설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김용범 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라인 책임론이 제기되며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일단 현 체제를 유지했다. 대미 투자, 부동산 세제 개편 조율,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정 기조 변화, 크지 않을 듯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오는 10월 국정감사 이후 또는 연말께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예상보다 일찍 직을 내려놓으며 개각 필요성이 커졌다. 10월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출범 등 과제가 쌓인 터라 법무부 수장 자리를 오래 비워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수선한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도 조기 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정적 여론이 더 많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강하게 주장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이 ‘개각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심사다.

이번 인선으로 국정 기조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일 재경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 모두 차관 출신이어서 정책 연속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김승원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이고, 이소영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경험이 있는 터라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세운 정책 방침을 속도감 있게 수행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교체 대상으로 오르내린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통일부 장관 등은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추가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급한 현안이 마무리되면 지지율 상승을 위한 인사 쇄신 카드를 꺼내 들 필요성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김형규/최형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