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여행객들이 국내 이동통신사의 로밍 대신 사용하는 저가 eSIM(이심) 가운데 일부가 중국 이동통신사의 로밍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해당 상품을 사용할 경우 단말기 식별정보가 중국 이동통신사 서버에 등록되고 현지에서 데이터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중국 이동통신사 상품 국내서 재판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해외여행용 이심의 유통 구조와 소비자 고지, 통신 품질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일부 국내 이심·유심 판매업체가 중국 차이나모바일의 상품을 재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이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용 이심은 판매 방식에 따라 현지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는 '로컬망' 상품과 해외 이동통신사의 로밍 서비스를 이용해 현지망에 접속하는 상품 등으로 판매된다. 이 의원은 로밍 방식으로 판매되는 일부 상품이 로컬망 상품보다 절반가량 저렴하다며, 이 가운데 휴대전화에 네트워크 사업자명이 'CM Link'로 표시되는 상품들은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해외여행객들이 국내 이동통신사의 로밍보다 가격이 저렴한 이심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한 국내 이동통신사 로밍 상품의 경우 하루 이용료가 2만원에 가깝고 데이터 3GB 기준으로도 약 2만원 수준인 반면 일부 이심 상품은 데이터 3GB에 2000원 수준으로 판매된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베트남 등 여행 국가에서 사용할 이심으로 알고 상품을 구매했더라도 실제 공급 주체는 중국 이동통신사일 수 있다는 점. 이 의원은 "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의 이심이라 생각해 샀는데 사실은 중국 이심이었고, 가서 그걸 핸드폰 켜놓는 순간 우리 핸드폰의 고유 정보들이 중국 서버에 등록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이동통신사로 1년에도 수십만명의 핸드폰 IMEI, EID 정보가 자동 등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IMEI는 이동통신 단말기를 식별하는 고유번호이며 EID는 이심이 내장된 단말기의 식별정보다.

판매 단계에서 해당 상품이 중국 이동통신사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실제 판매 화면에 'CM'을 사용한다는 내용은 표시돼 있지만 중국 이동통신사의 로밍 상품이라는 점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50조를 거론하며 중국 이동통신사 이용 여부가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단말기 식별정보 처리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현지망 붙어도 중국 거쳐…통신 품질도 문제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 제공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 제공
통신 품질 문제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베트남에서 현지 이동통신망에 접속하더라도 중국 이동통신사의 이심을 이용하면 데이터가 중국 서버까지 갔다가 다시 전달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이동통신사가 직접 판매하는 로컬망 상품 등에 비해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판매업체가 상품을 '5G'나 'LTE'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실제 광고 속도에 반에 반도 안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라며 해외 이심의 통신 품질을 관리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무선통신 서비스는 정부의 품질 관리 대상이다. 반면 해외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는 로밍이나 이심 상품은 어느 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품질을 관리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중국 이동통신사 이용 사실에 대한 고지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외 이심의 통신 품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각각 살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말기 식별정보 처리 문제까지 포함해 관련 부처가 함께 관리 사각지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의원의 지적에 "놓칠 수 있었던 부분인데, 잘 챙겨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