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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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과 조기 발견이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레볼루션 메디신스의 신약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을 승인하면서 이런 기대가 커졌다. 이 약은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을 약 두 배로 늘렸다.

종양 전문의들은 알약 형태의 이 저분자 약물을 '췌장암 치료의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췌장암의 예후는 대체로 암울하다. 4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3%에 불과하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40%로 높아지지만, 실제로 조기에 진단받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

일반적인 치료 과정은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여러 차례 받는 것이다. 환자가 이런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으면 선택지는 거의 남지 않는다. 면역치료도 췌장암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췌장암은 거의 대부분 RAS 유전자군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표적치료를 잘 회피하며, 오랫동안 ‘약물로 공략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레볼루션 메디신스의 다락손라십은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13.2개월로,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의 6.7개월과 비교됐다. 사망 위험도 항암 화학요법군보다 60% 낮아졌다.

어떤 항암제라도 이 정도 결과는 인상적일 것이다. 특히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암이라면 더욱 그렇다. 벤 새스 전 네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해 12월 췌장암 4기를 진단받았을 때 남은 수명이 3~4개월이라는 말을 들었다. 기쁘게도 그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다락손라십을 투여받은 뒤 지금도 생존해 있다. 이 신문의 오피니언 지면에 글도 쓰고 있다.

다락손라십이 대부분의 환자를 완치해주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소중한 시간을 더 주고, 다른 시험적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암을 더 일찍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모델과 혈액검사도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메이오클리닉은 올해 자사의 AI 모델이 일반적인 복부 CT 영상에서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변화를 포착해, 전문의들이 통상적인 진단 시점보다 최대 3년 앞서 췌장암을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흑색종을 비롯한 여러 암도 한때는 의사들이 흔히 쓰던 표현대로 ‘치명적인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획기적인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됐다.

정리=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