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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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고독사로 삶을 마감하는 둘 중 한 명은 50·60대 남성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이었습니다. 이 중 50·60대 남성은 2117명으로 54.0%를 차지했습니다.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한 관계 단절이 수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툴레인대와 중국 푸단대 등 소속의 공동 연구진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겹치면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이 크게 짧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일반 성인 27만7489명을 2022년 말까지 13년 이상 추적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참여자들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우울증, 불안장애 등 7개 주요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설문을 통해 참여자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수준을 독거 여부·사회활동 참여 빈도 등을 기준으로 측정했습니다. 이후 입원 기록과 사망 자료를 통해 새로 발생한 질환과 사망을 확인하고, 여기서 산출한 성별·연령별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다상태 생명표’ 모형에 적용해 50세 이후 주요 질환 없이 지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을 추산했습니다. 다상태 생명표는 역학·공중보건 분야에서 건강수명을 추정할 때 사용하는 모델입니다.

분석 결과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모두 겪는 50세 남성의 우울증·불안장애 없는 기대수명은 30.3년으로 추산됐습니다. 둘 다 겪지 않은 남성(36.1년)보다 5.8년 짧았습니다. 여성은 각각 33.6년과 37.3년으로 3.7년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기간은 집단별 질환 발생과 사망 확률 등을 반영한 것으로 남은 생애 중 우울증·불안장애 없이 보내는 평균 기간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각각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고립을 겪는 이들 사이에선 금연과 정상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기대수명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외로움에 따른 격차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킨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격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객관적인 관계 단절인 사회적 고립과 주관적인 정서 결핍인 외로움에 서로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보건복지부 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하고 범정부 대응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고립 위험군을 발굴하는 것을 넘어 관계 회복을 지원할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결과입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