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의 자금 조달 바람이 미국 유럽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 도달했다. 메타와 아마존, 알파벳,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세계 각국에서 회사채를 발행 중이다. 회사채 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현지 회사채 발행 조건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빅테크 올해 회사채로 275조원 조달
제미나이
27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4곳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1940억달러(약 275조원)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1080억달러·약 148조원)의 두 배에 가깝다. 골드만삭스는 이 기업들의 회사채 신규 발행 물량이 올해 2500억달러(약 354조원)어치, 2027년 4000억달러(약 566조원)어치로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를 여러 나라에서 발행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알파벳은 영국 스위스 일본에 이어 이달 호주에서 55억호주달러 규모 채권을 찍었다. 미국 달러채에만 의존하면 발행 물량이 늘수록 조달 금리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낮은 시장을 찾아 여러 통화로 자금을 끌어오는 전략이다.
빅테크는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시설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메타는 올해 초 2026년 자본적지출(CAPEX)을 1150억~135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250억~1450억달러로 높였고, 2분기에는 1300억~1450억달러로 하단을 다시 올렸다. 알파벳도 올해 초 1750억~1850억달러로 제시한 CAPEX 계획을 1분기 1800억~1900억달러, 2분기 1950억~2050억달러로 상향했다.
특수목적법인(SPV)을 활용한 구조화금융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메타는 데이터센터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블루아울캐피털, 블랙록 등과 합작법인을 세워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선 공급이 빠르게 늘며 투자자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2월 5 대 1에 육박하던 AI 기업의 회사채 청약 경쟁률은 7월 2 대 1에도 못 미쳤다. 아마존이 지난 3월 발행한 달러채는 모집액의 3.4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는데 7월 발행한 250억달러 규모 채권은 1.6배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2년 한전채도 처음 발행이 늘어날 때는 우량채가 나온다며 반겼지만 계속 물량이 쏟아지자 ‘또 찍느냐’로 반응이 바뀌었다”며 “AI 기업 회사채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회사채, 금리에도 영향
미국 AI 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전날 미국 국고채 30년 만기 금리는 연 5.27%으로 치솟은 뒤 소폭 내려 연 5.162%에 장을 마쳤다. 국가 부채가 계속 불어나는 상황에서 AI 기업까지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자 장기 국채금리가 지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금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미국 AI 기업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06년께 미국 투자자가 서브프라임 투자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관련 상품을 한국 등 해외 투자자에게 판매했다”며 “자국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상품을 해외에 팔기 시작할 때는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