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본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투자자의 일본 현물 주식 순매수 규모는 11조엔(약 96조원)에 달했다. 반기 기준으로 과거 최대였던 아베노믹스 초기인 2013년 상반기 8조3000억엔(약 72조원)을 넘어섰다.

일본 증권가에선 최근 이 같은 자금 유입 배경에 한국 주식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압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운용사는 한국과 일본을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아시아 테크 생태계로 묶어 비교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완제품(HBM·D램)의 핵심 공급국, 일본은 장비·소재 중심의 상류 공급국이라는 구조 속에서 투자자는 완제품 비중을 줄이고 장비·소재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같은 업종 안에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자산군으로 취급되는 셈이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집중한 핵심 분야도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다. 데이터센터용 광섬유 제품으로 급성장하는 후지쿠라, 조미료 기술에서 발전해 반도체 절연재료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지노모토 등 AI 산업의 ‘숨은 주역’ 기업을 주로 사들였다.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속도는 2025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출범 전후 더욱 빨라졌다. 최근 유럽 투자자들을 방문한 하트 알렉산더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 상품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성장 전략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환원 확대 등이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가 과거와 다른 투자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