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특정지역 타깃 상품 지정"
700여개 품목에 15~50% 부과
선거 성패 달린 美 북부 흔들기
트럼프 "加, 협상 거부하고 보복"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가 미국의 50%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맞불 관세를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미국 국경에 있는 온타리오호(湖)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겠다고 도발했다. 양국 간 감정싸움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보복관세 발표
<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 호수 이름을 ‘온타리오호’에서 ‘아메리카호’로 바꾸겠다며 SNS에 합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캐나다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미국산 상품 약 700종에 다음달 8일부터 15~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22일 관세법 338조를 발동해 캐나다산 상품 200억달러어치에 5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과 가구 의류 등에 50%, 가전제품과 치즈 생선 등에 25%, 에어컨 및 농기계 부품 등에 15% 관세를 매겼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과 요율을 캐나다 측에서도 적용한 것이라고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BNN블룸버그에 설명했다. 관세 부과 대상 상품의 총가치도 276억캐나다달러(약 200억달러)로 상응하게 책정됐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미국 특정 주를 겨냥할 수 있는 제품도 관세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현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상황을 고려해 ‘핀셋 공격’을 하겠다는 취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가 위스콘신주 가공 치즈와 메인주 수산물, 세탁기와 건조기 등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은 점을 들어 이들이 경합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관세 부과 예정 시점도 미묘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관세 부과 시점을 ‘9월 8일’이라고 하지 않고 “노동절(9월 7일) 다음 화요일”이라고 표현했다. 노동절을 기점으로 중간선거가 본격화하는 미국 상황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캐나다도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원유 등 에너지, 칼륨 등 광물은 이날 캐나다 정부의 보복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수아 필리프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전략적”이고 “비례적”인 대응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캐나다에도 물가 상승 등 경제적 충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번 갈등이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캐나다가 美 등쳐먹어” 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캐나다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온타리오호 이름을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온타리오주(州)와 더는 사업을 많이 할 것 같지 않아 온타리오호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변경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SNS에 적었다. 전날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지사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본다면 “구토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하자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명의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캐나다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의 상품 무역에서 연평균 약 500억달러 흑자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트루스소셜에 적은 글에선 연 600억달러 손실을 봤다며 수치를 부풀렸다.
하지만 미국은 서비스 무역에서 캐나다에 대해 지난해에만 277억달러 흑자를 본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는 대부분 미국 정유사들이 서부텍사스원유(WTI)보다 가격이 낮은 캐나다산 중질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데 따른 것이다. 원유 부문을 제외하면 미국의 대캐나다 상품 무역은 오히려 연간 500억달러가량 흑자로 돌아선다. 또 보도자료는 캐나다가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등에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미국이 먼저 관세를 매긴 데 따른 비례적 조치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를 포함해 광범위한 품목에 파격적으로 관세를 인하할 것을 제안했지만 캐나다는 전면적인 거부로 일관했다”며 “협상 대신 보복을 선택한 국가는 중국과 캐나다뿐”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