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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집에서 만나는 '집의 작가' 서도호
전시 '서도호 개인전'
해외서 폭발적 인기 얻었지만
정작 한국선 집중 조명 못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내년 초까지
설치·영상 등 500여 점 선보여
해외서 폭발적 인기 얻었지만
정작 한국선 집중 조명 못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내년 초까지
설치·영상 등 500여 점 선보여
27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서도호’는 마침내 그 공백을 메우는 자리다. 설치·드로잉·영상 등 500여 점이 나온 작가 인생 최대 규모 전시로, 유치원 시절 그림부터 올해 완성한 신작까지 모았다. 서도호는 개막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국내 관객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父子의 자화상이 된 한옥
하이라이트는 4전시실부터 시작된다. ‘러빙/러빙(Rubbing/Loving): 서울 집’은 작가가 자란 성북동 한옥의 표면 전체를 실물 크기 그대로 종이에 떠낸 설치 작품이다. 서도호는 “아버지 산정 서세옥(1929~2020)이 1970년대에 직접 설계해 지은, 유년 시절 각별한 추억이 담긴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집 전체에 한지를 붙이고 문지르는 작업을 1년 가까이 반복해 작품을 완성했다. 문지른다는 뜻의 러빙과 사랑한다는 뜻의 러빙을 겹친 제목처럼, 그는 제작 과정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5전시실의 ‘완벽한 집’은 작가가 지금 살고 있는 영국 런던의 집을 실물 크기의 흰 천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간 작가가 살았던 각국의 집에 달려 있던 문손잡이와 스위치, 콘센트를 실제 위치에 맞춰 벽에 겹쳐서 달았다. ‘매일 손이 닿는 곳들에 기억도 쌓인다’는 작가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집은 나를 만든 시간”
‘둥지/들’은 작가가 이때까지 살았던 방과 복도 10곳을 이어 붙인 22m 길이의 천 통로다. 서도호는 “지난해 테이트 모던 전시에 이 작품이 나왔는데, ‘작품 속을 걸으며 내 삶과 내가 거쳐온 집들을 돌아보게 됐다’는 관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전시의 마지막 방에서는 옷으로 만든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신작 ‘사랑의 기억’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옷과 다 커버린 두 딸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들을 자신의 코트 안감에 달아 완성했다. 각 주머니 속에는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들어가 있다. ‘집은 나를 만든 시간이며, 옷은 몸을 감싸는 가장 작은 집’이라는 작가의 지론을 압축한 작품이다.
집 작품 외에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설치작품으로 익숙한 ‘카르마’는 야외 전시공간에 나왔다. 무수히 많은 작은 인물상(像)이 유리판을 떠받치는 ‘바닥’은 관객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한 작품. 그 옆 벽지를 자세히 보면 작은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교 졸업앨범 속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로 줄여 벽지로 만든 ‘후 엠 위(Who Am We?)’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나’는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타인과 얽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관람료는 8000원,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