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때 확보해야 하는 토지소유권 기준이 95%에서 80%로 낮아졌다. 서울에서 토지 사용권원을 80% 이상 확보한 9개 사업장은 마지막 구간에서 소수 토지주와의 협상 부담을 덜게 됐다. 정부는 요건을 충족한 사업장의 인허가를 앞당기고, 장기간 정체된 조합은 지방자치단체가 직권으로 정리하는 ‘이원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 완화

지역주택조합 사업승인 80%…서울 9곳 개발 '청신호'
국토교통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개선한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업계획승인 신청에 필요한 토지소유권 확보 기준을 95%에서 80%로 낮추는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시공사와 업무대행사가 보유한 토지도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매도청구로 확보할 수 있다. 사업지에서 2년 소유·1년 거주한 원주민은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요건을 적용받지 않고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사업의 발목을 잡은 것은 ‘마지막 5%’ 구간이었다. 토지 확보율 95%를 채우기 위해 소수 지주와 협상을 이어가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시세보다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시공사 등이 확보한 토지를 공사비 협상 카드로 활용하던 관행도 매도청구로 해소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인허가 기간이 평균 1~2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말 기준 서울의 지역주택조합은 112곳이다. 조합원 모집신고 단계가 82곳으로 가장 많고, 조합설립인가 15곳, 사업계획승인 4곳, 착공 11곳이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역 조합은 소유권 86.5%를 확보하고도 기존 기준에 막혀 있었는데 이번 완화로 즉시 승인 신청이 가능해졌다.

사용권원(토지사용승낙서) 기준 80%를 넘긴 조합은 9곳이다. 성동구 금호역라비체, 동작구 이수역·동작상도역, 송파구 석촌역·거여역2, 마포구 무쇠막2 등이 포함된다. 이들 사업장은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면 승인 요건을 충족한다. 9곳 중 6곳은 역세권 사업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는다. 이미 승인된 곳은 광진구 한강자양, 동작구 본동 한강, 금천구 독산, 서초구 삼성홈스테이 등 4곳이다.

◇부실 지역주택조합 정리 수순

개정안에는 부실 사업장을 걸러내는 장치도 포함됐다. 임원과 연락이 두절되거나 사무실이 없고 회계 보고를 제출하지 않는 조합은 지자체가 직권으로 인가를 취소하거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장기간 정체된 조합은 조합원 의결로 중도 해산이 가능해진다. 지자체는 매년 재무 건전성을 평가해 조합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서울 내 정리 대상 조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못한 97곳 중 소유권 80%를 넘긴 곳은 정릉역 조합 한 곳뿐이다. 평균 확보율은 1.3%에 불과하다. 소유권이 전혀 없는 사업장이 37곳, 5% 미만이 58곳이다. 모집신고 후 5년 이상 지난 조합도 67곳에 이른다. 파산, 연락 두절, 사업 중단 등으로 사실상 멈춘 곳도 적지 않다.

조합원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9월 대비 102개 조합의 조합원은 2만9395명에서 2만8140명으로 감소했다. 구로구 개봉역은 389명에서 180명, 송파구 송파역은 405명에서 220명으로 줄었다.

신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진입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조합원 모집 요건이 토지 사용권원 50%에서 매매계약 80% 이상으로 강화되고, 지구단위계획을 사전에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로 2030년까지 전국 18만 가구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 완화만으로 모든 사업이 정상화되지는 않는다”며 “상당수 사업장이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