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산 차질로 테슬라에 보낼 물량이 부족해지자 중국산 이차전지 양극재를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재세능원 임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연수)은 26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세능원 임원이자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국인 직원 B씨 등 3명에게는 각각 500만∼7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재세능원은 세계 NCM(삼원계) 양극재 생산량 1위 기업인 중국 롱바이가 세운 한국 자회사다. 충북 충주시에 연간 7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문제는 공장 가동 초기 완제품 상당수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재고가 모자라 테슬라가 요구한 납품 일정에 맞추기 어려워지자 A씨 등은 중국 본사에서 생산한 양극재를 들여와 국내산으로 표시해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9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과 한국산 양극재를 섞어 다시 포장하거나, 중국산 제품이 담긴 톤백을 한국산 톤백으로 바꾸는 방식이 사용됐다. 원산지 표시도 함께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는 한국인 직원들의 가담 정도도 쟁점이 됐다. B씨 등은 범행을 미리 공모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생산부 직원들에게 이른바 '톤백 갈이' 작업을 지시하고 이후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산지 허위표시 수출 등 행위는 건전한 대외 무역 질서와 국가의 국제적인 신인도에 피해를 주는 범죄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이 사건 범행은 공장 완공 후 초기 단계에서 생산설비 결함으로 인해 단발성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내부 통제 제도를 마련하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재세능원 측은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시운전 단계의 일시적 설비 문제로 부족해진 물량을 동일한 고객사의 공급망 인증을 받은 그룹 공장에서 조달하는 과정에서 담당 임원이 대외무역법 등 국내 법령을 숙지하지 못해 국내 생산분과 구분해 신고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건 직후 내부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관세청 AEO(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인증 절차를 통해 원산지 관리 체계를 정비했다는 입장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