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퇴사하면 지옥문 열린다"…'화캉스'로 버티는 직장인들 [오피스 생존학(下)]
"회사 부수러 출근해요"…요즘 직장인들의 웃픈 '버티기'
고용시장 얼어붙자 퇴사 대신 잔류
회사 벽 때리고 가짜 업데이트 띄워
2030 직장인들, 화장실로 잠시 숨기도
직장 스트레스 해소법도 '콘텐츠화'
GS건설 등 기업도 마케팅 소재로 활용
고용시장 얼어붙자 퇴사 대신 잔류
회사 벽 때리고 가짜 업데이트 띄워
2030 직장인들, 화장실로 잠시 숨기도
직장 스트레스 해소법도 '콘텐츠화'
GS건설 등 기업도 마케팅 소재로 활용
한 직장인이 계단을 오르다 회사 벽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린다. 벽은 멀쩡하다. 다음 날에는 딱밤을 날린다. 또 다음 날에는 허공에 에네르기파를 날린다. '회사 몰래 건물 조금씩 부수기 n일차'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다. 프로젝트 29일째도 회사는 건재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엉뚱하고 무해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퇴사·이직 대신 '잔류'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지자 회사 안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버티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SNS 밈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직장인들은 윈도우 업데이트 창을 띄워 '회사에서 티 안 나게 쉬는 법'을 공유하고 화장실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는 '화캉스'에 빠져들고 있다. 화가 나도 회사를 실제로 떠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대신, 웃음으로 감정을 배출하는 것이다.
직장인 정신건강 '취약'…탈출구 찾는다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스스로 '작은 탈출구'를 만들었다. 회사 벽을 조금씩 때리거나 가짜 업데이트 화면을 띄우고, 화장실에 숨어 잠시 숨을 돌리는 식이다. 회사를 떠날 수 없다면 직장 안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업무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요령도 가지각색이다. '윈도우 가짜 업데이트'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윈도우 10, 맥 OS X, 크롬 OS 등 화면에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는 모습을 띄워놓으면 업무를 하지 않고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데이트 진행률이 실제처럼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어 잠시 숨을 돌리는 직장인들의 '눈치 보지 않는 휴식법'으로 공유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화장실은 회사에서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진짜 막막해져서 머리가 멍해질 때 3분이라도 쉬려고 간 적 있다"고 말했다.
SNS에 올라온 콘텐츠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회사 조금씩 부수기 1일차' 콘텐츠는 조회수는 이날 기준 684만회를 넘어설 만큼 화제다. '윈도우 가짜 업데이트'를 공유하는 콘텐츠는 조회수 456만회를 넘겼다. 이들 콘텐츠엔 "그나마 이렇게 해서 웃기고 피해 안 줘서 다행이다", "이거 소문내면 안 된다", "합법적으로 10분은 쉴 수 있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회사 뒷담화도 '소비'…퇴사 대신 '밈' 선택
퇴사인류 긴급지원센터엔 주말 하루에만 매출 1000만원을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방문객들은 "그게 될까요?", "그럼 너가 해!", "제가요?"라는 문구가 적힌 '직장인 필수 회화카드' 굿즈에 관심을 보였다.
현직 교사인 이모씨(26)는 "제가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대신 해줘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김퇴사 인스타그램을 원래 팔로우하고 있을 만큼 팬이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채민 씨(26)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며 "굿즈들이 웃겨서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웃고 버티기' 문화는 '생존 전략 전술'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와 예전 세대는 집단성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며 "개인과 팀플레이어로서의 정체성이 세대와 직무에 따라 충돌하는 곳이 직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상태까지 머무르고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화캉스 등은 혼자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수빈/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