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하안주공 전경. 사진=한경DB
경기도 광명시 하안주공 전경. 사진=한경DB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정작 공급의 한 축인 재건축 현장에서는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여 요구와 정비물량 관리 등이 맞물리면서입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철산·하안 일대에서는 최근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재건축 추진 단지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광명시는 지난 19일 재건축 조합과 추진위원회 등에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반영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철산·하안 택지지구는 2024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상한용적률 280%, 중첩용적률 최대 330%를 적용할 수 있게 됐는데 용적률 혜택을 받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공공기여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업성을 따져 정비계획을 마련한 상황에서 공공임대가 늘어나면 일반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정비계획을 다시 손보는 과정에서 사업 일정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안양 평촌신도시에서도 재건축 속도를 둘러싸고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주민제안 방식과 패스트트랙을 도입했지만 연차별 정비물량이 정해져 있어 사업을 준비한 단지들이 모두 동시에 재건축에 들어갈 수 없어서입니다.

평촌 A-15구역 초원대원·성원아파트 등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2027년부터 정비구역 지정 주민제안을 추가로 받지 않는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문은 좁히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 늘린다면서…현장에서는 '속도전' 제동


광명과 안양의 사정은 다릅니다. 광명은 용적률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공공기여가 쟁점이고 평촌은 대규모 이주에 따른 주택시장 충격을 막기 위한 정비물량 관리가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제 주택이 공급되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은 역설적입니다. 수도권은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공급이 중요합니다. 특히 광명 철산·하안이나 1기 신도시는 이미 교통과 학교,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대규모 노후 주거지라는 점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효과가 큽니다.

정부 역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선도지구를 시작으로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각종 절차를 단축해 2030년까지 6만3000가구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신규 택지 공급과 달리 이미 주민들이 사는 기존 도심을 활용해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경기도 일산 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문제는 계획과 사업 사이의 간극입니다. 정부가 재건축 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지자체 단계에서 공공기여를 놓고 갈등이 생기거나 정비물량에 막히면 사업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급등한 상황에서 공공기여 부담까지 커지면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재건축 자체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용적률 인센티브에 일정 수준의 공공기여를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부담이 과도해 사업성이 떨어지면 결국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면서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의 일관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에 대해 ‘정치공방’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정비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공방의 성격도 있다"며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으면 사업 속도를 내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합원과 실수요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