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투자·기획을 담당했던 박영걸 삼정KPMG 부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인수해 반도체 공급망에 진입한 뒤 확장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투자·기획을 담당했던 박영걸 삼정KPMG 부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인수해 반도체 공급망에 진입한 뒤 확장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국내 중견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반도체를 많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회사를 인수해서 반도체 밸류체인에 진입한 뒤, 확장해나가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박영걸 삼정KPMG 부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인수합병(M&A) 시장 트렌드를 이 같이 전망했다. 박 부대표는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에서 가장 규모가 큰 1본부의 수장이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사업부 분리매각(카브아웃)과 신사업 M&A 등 포트폴리오 조정, 해외진출을 위한 크로스보더 딜을 돕는 게 1본부의 주요 업무다. 박 부대표는 전 직장이었던 삼성전자에서 6년여간 반도체 투자·기획 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을 살려 KPMG 반도체 산업·섹터 리더도 맡고 있다. 올해 1본부의 주요 자문 성과는 이화다이아몬드공업·유로베이크·우진기전 매각 자문과 두산의 SK실트론 인수 자문 등이 있다.

박 부대표는 “반도체 밸류체인에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M&A 수요가 많다”며 “소부장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고 말했다. 메모리는 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지만 소부장, 특히 산업용 특수가스 같은 소재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때문이다. 박 부대표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한 딜 수요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이든, 소수지분 투자든 꽤 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수 문의가 쏟아지지만 매물은 한정적이다. 박 부대표는 “반도체는 자동차 산업처럼 세대 교체 시기가 다가오진 않아서 중견·중소기업들이 매물로 바로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견기업을 인수해 밸류체인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주효한 데다가 희소한 기회라 더욱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산도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기업 테스나(후공정)를 먼저 품에 안은 뒤 반도체 기초 소재인 웨이퍼 제조업체 SK실트론(전공정) 인수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근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둔 소부장 회사들이 대만 TSMC에도 제품을 공급하는 등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박 부대표는 “해외 확장을 위한 투자를 받거나 해외에서 투자를 해보겠다는 오너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거래 기회가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SK그룹은 최근 2~3년간 대대적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롯데와 LG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주력 사업부 또는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했다. 삼정KPMG 1본부도 카브아웃 전문 팀이 있어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롯데에코월 매각 등을 자문했고 현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능·이미지소재 사업부 매각을 돕고 있다. 박 부대표는 “앞으로도 카브아웃 딜이 있겠지만 대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단계적으로 마무리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중견 그룹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조인트벤처(JV) 관련 자문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같이 경영을 하다가 단계별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구조의 JV 설립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실제로 과거 일본 제조업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그게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현상들”이라고 첨언했다. JV 설립 자문은 국내 기업이 해외 M&A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도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부대표는 “특정 지역으로 진출한다거나 사업적인 시너지를 내기 위한 차원에서 해외 기업과의 JV 관련 일들이 꽤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KPMG 1본부는 그러한 일들을 가장 많이 해본 팀”이라고 강조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