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반도체 초호황으로 발생하는 소중한 재원을 일시적 지출로 소진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금은 본예산에 비해 국회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동의 없는 ‘상시 추가경정예산’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간 기금운용계획도 국회를 거쳐야 한다. 다만 예산과 달리 국회 승인 없이 일정 비율(사업성 기금 20%, 금융성 기금 30%) 내에서 자체 집행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연도 중에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가 발생했을 때 매번 추경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기금을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금의 영속성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여 법인세가 줄면 기금 수입도 사라지는 만큼 지출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매년 기금의 3% 안팎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물가 상승분을 빼고 기대되는 수익률이다. 원금은 두고 이자만 쓰겠다는 발상이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 중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데 따른 미래 세대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세수로 국채를 상환하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빚을 갚아 아끼는 이자보다 세수 결손으로 나중에 다시 돈을 빌릴 때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며 “기금 여유 자금을 국채 이자율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진욱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이 안 걷힐 땐 빚을 내서 쓰고, 많이 걷힐 때도 세금을 모두 써버리면 재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정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