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신훈 사무총장이 인천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을 찾아 폭염·감염 대응 키트를 전달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희망브리지 신훈 사무총장이 인천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을 찾아 폭염·감염 대응 키트를 전달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올여름 들어 경남 양산을 시작으로 낮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지역이 잇따랐다. 폭염이 이례적인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적인 재난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기록적인 더위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되며 재난의 불평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예방 중심 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희망브리지는 올해 5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에 대응해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고령층과 장애인, 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7억5000만원 규모의 폭염·감염구호키트를 전달했다. 폭염 대응 키트에는 냉각 선풍기, 우양산, 자외선 차단 모자, 쿨젤 매트·베개, 식염포도당, 멀티비타민 등 온열질환 예방에 필요한 물품 14종이 담겼다. 또 전국노숙인시설협회 등을 통해 폭염에 노출된 노숙인에게 500mL 생수 3만8720병과 위생용품 1456개를 전달했다.

특히 이번 지원은 폭염이 시작된 뒤 지원 대상을 찾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을 사전에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사회가 평소 고립 위험 가구를 파악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등 예방 중심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는 취지에서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초복을 맞아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지원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초복을 맞아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지원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전문가들은 폭염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사회적 조건을 꼽는다. 온열질환은 단순히 기온이 높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와 주거환경, 경제적 여건,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 특히 독거노인은 폭염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무더위쉼터를 이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45만6000가구였다. 전체 가구 열 곳 중 한 곳은 노인 한 명이 생활하는 독거노인 가구였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희망브리지 재난구호정책 전문지 ‘이슈브리프’에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재난 취약성을 높이는 구조적 위험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재난은 기존 경제적 신체적 취약성을 확대하고,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대피와 긴급 지원은 물론 재난 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문제는 폭염 대책 대부분이 냉방비 지원과 무더위쉼터 확대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한 정책이지만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폭염 피해는 해결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 복지 체계와 재난 대응 체계를 연결하고 평상시 고립 위험 가구를 발굴해 지역사회와 이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복지 담당자와 사회복지관, 자원봉사센터 등이 평소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된 대상을 파악하는 일이 재난 대응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재난 이후 물리적 복구에 그치지 않고 회복 프로그램과 고립 위험 모니터링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희망브리지는 폭염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계속해서 발굴하는 동시에 맞춤형 물품 지원 등 현장 중심의 긴급 구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훈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을 위한 선제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폭염 대응도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