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외국 기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소강 상태이던 외국 기업 기업공개(IPO)가 미국 바이오 기업과 한국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재개되는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미국 액체생검 기업 ETI와 국내 상장을 위한 대표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체액을 분석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 벤처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국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테라뷰, 올해 미국 바이오 기업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상장을 연달아 주관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미국 부동산 투자 플랫폼 기업인 빌드블록 역시 최근 신한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국내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외국 기업의 국내 IPO는 2021년 미국 네오이뮨텍이 입성한 뒤 고금리와 검증 부담으로 명맥이 끊겼다가 지난해 테라뷰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다시 물꼬를 텄다. 최근에는 일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의 국내 2차 상장이 논의되고 있다.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도 국내 증시 진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전자 치료 전달 플랫폼 기업 브리즈바이오(옛 진에딧), 뷰티 커머스 기업 미미박스 등이 국내 상장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 모델과 기술력을 다진 업력 10년 차 안팎의 중견 스타트업이 상장 채비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2012년 설립된 미미박스는 미국 와이콤비네이터(YC) 투자를 유치하며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이전한 1세대 뷰티 커머스 및 글로벌 뷰티 브랜드 플랫폼이다. 2016년 세워진 브리즈바이오는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나노어레이 플랫폼 기술로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상장을 추진하는 해외 기업의 유형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권 제조업체 및 지주회사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 등 영미권 바이오·테크 기업 및 현지 창업 스타트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평가받기 시작하면서 해외 투자자가 자금 회수 창구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국계 창업자가 처음부터 해외 법인을 세워 사업을 일군 사례가 늘어난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은 약 200개 가운데 80% 이상이 창업 단계부터 미국 법인으로 시작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외 기업 상장 재개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07년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 40곳 중 18곳이 상장폐지되는 등 주가 부진과 회계 불투명성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거래 중인 기업의 주가도 대부분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시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현지 사업 실사와 공시 적시성 검증이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