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아이돌 아이브 멤머 장원영과 배우 최윤지가 '클린걸' 메이크업을 한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왼쪽 아이돌 아이브 멤머 장원영과 배우 최윤지가 '클린걸' 메이크업을 한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살짝 비치는 잡티 사이로 보이는 맑은 피부결. 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박서영(27)씨가 추구하는 '클린걸' 이미지다. 40도에 육박했던 올해 여름, 땀과 피지로 화장이 쉽게 녹자 박씨는 파운데이션으로 얼굴 잡티를 완벽히 가리는 대신 톤업 선크림 등으로 피부결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선택했다. 단순히 덜 꾸민 것이 아니라, 청순함과 정돈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어서다.

박씨가 추구하는 '클린걸' 이미지는 2030 여성의 '추구미(추구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추구미는 큰 유행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개개인마다 지향하는 분위기·취향·태도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2030 여성들이 선호하는 미적 감각이 다향해지자 메이크업 트렌드 또한 잘개 쪼개지고 있다. 진한 색조나 두꺼운 베이스 대신 맑고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강조하는 클린걸 트렌드가 대표적이다. 맑고 깨끗한 피부 표현을 위해 화장 단계를 줄이면서 피부톤을 자연스럽게 보정해주는 톤업·글로우 선크림이 메이크업 제품 역할까지 흡수하고 있다.

덜 가린게 더 예쁘다…선크림 고르는 기준 달라졌다

파데프리가 핵심인 클린걸 메이크업이 2030 여성의 추구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파데프리가 핵심인 클린걸 메이크업이 2030 여성의 추구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18일 한경닷컴이 입수한 뉴엔AI의 인공지능(AI) 트렌드 분석 전문 기업 뉴엔AI의 '선케어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언급한 선케어 속성은 가격(38.6%) 다음으로 백탁·톤업(25.9%)이 가장 많이 차지했다. 선케어 관련 소비자 언급 4건 중 1건가량에서 백탁·톤업이 주요 속성으로 언급된 셈이다. 분석 채널은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엑스), 유튜브, 지식인으로, 지난 1월~7월간 선케어 관련 소비자 데이터 6만3267건이 분석됐다.

자외선 차단이 주목적이던 선크림이 톤업·글로우 등 피부 보정 기능을 결합하며 메이크업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도 선크림을 고를 때 SPF뿐 아니라 가격, 백탁·톤업, 발림성·마무리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브랜드별 선케어 제품 인식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랜드별 소비자 키워드로 달바는 글로우·비건·톤업·수분 에센스, 닥터지는 민감피부, 무기자차 보송한 마무리, 이니스프리는 가성비·톤업, 식물나라는 진정·저자극이 언급됐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톤업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연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순하다’ ‘촉촉하다’ ‘산뜻하다’ ‘부담없다’ 등 가벼운 사용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답답하다’ ‘번들거리다’ ‘하얗게 떴다’ ‘기름지다’ 등은 주요 부정 연관어로 나타났다.

선케어 언급량도 해마다 늘고 있다. 선케어 언급량은 2024년 73만9000건에서 2025년 103만3000건, 2026년 추정치는 116만4000건으로 2년간 약 77% 증가했다. 지난 1월~7월 선케어 언급량은 68만1000건으로 이미 지난해 언급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파데 대신 5통 써"…선크림도 '추구미' 맞춤형으로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클린걸 메이크업', '파데프리 제품 비교' 등 파운데이션 없이 메이크업을 하는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주로 톤업 선크림으로 피부 표현을 마무리해 '가벼운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식이다. 18일 기준 '파데프리' 해시태그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8만4000건을 넘었다.

클린걸 추구미 연예인으로 일본 인기 여배우 아오이유우, 무빙2에 출연하는 배우 최윤지 등이 꼽히면서 더더욱 2030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청순함'을 연출하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 아이브 멤버 장원영 또한 자신 SNS에 쌩얼에 가까운 메이크업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소비자들도 선크림을 ‘마지막 스킨케어 단계’가 아닌 베이스 메이크업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생 최수린 씨(24)는 "파운데이션 쓰면 무너지는 게 싫어서 톤업 선크림만 쓴다"며 "지금 다섯 통 연속으로 쓰고 있다. 톤업 선크림에 컨실러만 필요한 부분에 얹고 나가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선크림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추구미’에 맞춘 세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파데프리', '클린걸' 등 두께감 없이 맑고 건강한 피부를 강조하는 메이크업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베이스 메이크업을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톤업 효과가 있는 선크림으로 피부 표현을 대신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특히 자외선 차단은 물론 피부 톤까지 정돈해주는 '기능성 선크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선크림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