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인구다. 작년 같은 기간 318만1000명보다 6만4000명(2.0%) 늘었다. 작년 연간 이동자(611만8000명)를 고려하면 올해도 600만 명 이상이 거주지를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년 인구 100명 중 12명이 이사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7.4명, 일본은 3.9명이다.
비거주 1주택자까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힌 배경에는 한국 국민의 이 같은 높은 이동률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오후 6시까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종부세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 의견이 7064건 제출됐다.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에도 각각 3001건, 829건의 의견이 개진됐다. 모두 1만894건으로, 정부가 이달 4일 입법 예고한 지 2주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비거주’에 과도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10가구 중 4가구, 자기집 안 살아…"비거주 증세 부적절" "세금으로 거주 이전 제약땐 주거 안정성 되레 떨어뜨려"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인구 이동이 본격화했다. 1975년에는 이동률(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이 25.5%에 달했고, 1988년에는 997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읍·면·동 경계를 넘어 이사했다. 1990년대 들어 인구 이동 총량과 이동률은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 선진국보다 이사가 많은 나라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이동률은 2025년 12.0%로 미국(7.4%·2023년)의 1.6배, 일본(3.9%·2024년)의 3.1배에 달했다. 100명 중 12명이 매년 주거지를 옮긴다는 의미다.
주요 원인으로는 한국 고유의 임대차 제도인 전세가 꼽힌다. 기본적으로 2년 단위인 계약 주기로 인해 2년 혹은 4년마다 이동 유인이 생긴다. 이사비 외에 큰 비용 없이 내 집을 전세로 주고 다른 집에 전세로 갈 수 있는 것도 한국의 특징이다.
미국은 주(州)별, 카운티별로 조세 정책 등이 달라 한번 정착하면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한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제도적 차이가 거의 없어 이동이 쉬운 편이다. 이런 전세 제도 아래 일자리, 교육 등 수요가 생기면 바로 이사하는 문화가 정착했다.
한국은 열 가구 중 네 가구가 자가에 거주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가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58.4%로 집계됐다. 41.6%는 남의 집에 사는 것이다. 2025년 국가데이터처 조사에서는 이사한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33.7%가 ‘주택’을 꼽았다. 이어 가족(25.9%), 직업(21.4%), 교육(6.0%) 순으로 나타났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거주 중심이라는 세제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 출산, 직장 등 이사할 상황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라며 “거주 이전이 어려워지면 결국 노동시장의 효율성까지 떨어뜨린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세제 개편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주택 양도소득세 공제 체계를 현행 ‘거주 최대 40%, 보유 최대 40%’에서 ‘거주 최대 80%’로 전환하며 보유 공제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도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취학, 직장,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하면서도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주택’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런 세제 개편으로 국민들이 이사 등의 결정을 세금 때문에 바꾸거나 못하게 되면 사회 전체의 후생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하라고 하면 임차인이 거주할 주택이 없어진다”며 “이번 세제 개편은 주(住) 생활 안정 측면에서도 아쉽다”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비거주 1주택에 대한 공제를 ‘영(0)’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최소 30%를 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주 공제 50%, 보유 공제 30%’로 절충하는 조합을 제시했다. 그는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는 12억원을 유지하고, 비거주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할 때 1년 이상 계속 거주 요건은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