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서바이벌쇼 영국서 리메이크된다…"한국 콘텐츠 전세계 인기"
“한국판에서는 출연자 40여명을 한 명씩 모두 소개합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곧장 이야기로 들어가고 싶어하죠.”

에릭 슈라이어 DTC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전략 프로그래밍 및 이머징 미디어 부문 사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월트디즈니 팬 행사 ‘D23’ 패널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작품은 한국 디즈니+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다. 무속과 사주, 타로, 관상 등 각 분야의 운명술사 49명이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한국판을 처음 보다가 담당팀에 전화를 걸었다. 출연자 소개가 너무 길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제작진은 “한국 시청자가 원하는 방식”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디즈니 본사는 현지 제작진의 판단을 따랐다. 결과는 흥행이었다.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미디어 마케팅 및 로컬 콘텐츠 총괄은 “‘운명전쟁49’는 디즈니+ 비드라마 가운데 가장 큰 공개 성적을 냈다”며 “일부 수치는 드라마와 견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운명술사 경연은 이제 해외로 수출된다. 디즈니는 영국판 ‘운명전쟁49’를 제작하고 있다. 멕시코와 스페인판도 검토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러 시장에서도 현지화를 추진한다. 한국판의 구조를 그대로 복제하지는 않는다. 슈라이어 사장은 “각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스핀오프 ‘신빨스테이(House of fates)’도 제작한다. ‘운명전쟁49’ 결승 진출자들이 고민을 안고 찾아온 출연자의 운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초이 수석부사장은 “‘운명전쟁49’는 여러 지역과 아태지역 시장에서 각색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 출연자. /사진=디즈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49' 출연자. /사진=디즈니
디즈니는 해외 지식재산권(IP)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확대한다. 대표작은 지난달 별세한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 잡화점에서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영화로 제작됐지만 한국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류승룡이 잡화점 주인으로 출연하며 2027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다.

미국 드라마를 한국식으로 바꾼 ‘코리언즈’도 제작 중이다. 미국에 잠입한 소련 스파이 부부를 다룬 FX의 인기 드라마 ‘아메리칸즈’를 1990년대 한국에 사는 북한 공작원 부부의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이병헌과 한지민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 웹소설·웹툰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판타지 ‘재혼황후’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디즈니의 현지 콘텐츠 제작기지에서 글로벌 포맷 실험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디즈니는 현재 16~17개 시장에서 연간 60~70편의 지역 오리지널을 제작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제작 규모를 세 배로 늘릴 계획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한국 콘텐츠가 예상 밖의 지역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브라질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국 로맨스와 액션물이 문화적인 이유로 현지 시청자에게 강하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애너하임=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