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세계 최대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서울 반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았다. 디올 코스메틱 매장을 시작으로 셀린느, 루이비통, 로로피아나 등의 매장을 1시간30분가량 구석구석 둘러봤다. 그는 도면까지 보며 고객 동선 등을 살폈다. LVMH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두 차례 신세계 강남점을 찾은 일본 백화점기업 소고세이부를 비롯해 7월까지 미국 중국 독일 등 6개국에서 유통업계 인사 200여 명이 한국 백화점을 방문했다.
닥치고 출점…오프라인 유통의 반격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국내 백화점 경영진이 매년 유럽과 미국, 일본으로 날아가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유통기업이 앞다퉈 한 수 배워가는 ‘백화점 교과서’가 됐다.

한국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암흑기를 딛고 르네상스를 맞았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사는 2020년대 들어 내수 부진과 e커머스 공세에 떠밀려 침체에 빠졌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신규 출점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24개에 달했지만 2021~2024년에는 11개로 급감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새로 문을 연 점포가 각각 1개뿐이었다.

최근 오랜 기간 멈춘 출점을 재개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은 2035년까지 국내와 해외에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58개 대형 점포를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신세계가 15개, 롯데가 4개, 현대백화점이 3개 등 22개 점포를 연다. 해외 신규 출점 점포는 신세계 17개, 현대백화점 10개, 롯데 9개 등 36개에 달한다. 이 기간 백화점 기준으로 국내에 5개 점포가 새로 들어선다. 국내 백화점 신규 출점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4만달러에 가까워진 국민소득 증가와 소비심리 개선, K웨이브 확산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 외부적 요인이다. 여기에 혁신이 더해졌다. ‘매장은 물건을 사는 공간’이라는 문법을 버리고 ‘놀이터’로 재정의한 유통기업의 전략이 반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간 온라인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오프라인 유통.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앞세운 그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오형주/맹진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