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런던의 19살 청년은 왜 고급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나
2021년 <고통의 제국>이란 책으로 마약성 진통제의 광범위한 사용을 부추겨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퍼듀파마’의 ‘새클러 가문’의 탐욕을 고발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패트릭 라든 키프가 또 다른 화제작으로 영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4월에 출간된 <런던 폴링(London Falling)>은 2019년 런던에서 발생한 한 10대 소년 의문의 추락 사건을 중심으로, 화려한 도시 런던의 이면에 숨겨진 부패와 사기를 고발하며 검은돈으로 채워진 지하 세계를 파헤친 르포르타주다. 한 청년의 사기극이 런던이라는 도시의 거대한 부패 시스템과 맞물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고, 키프는 이 사건을 밀착 취재한 후 흥미진진한 책으로 발표했다.

책은 비극적인 추락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019년 11월 어느 겨울 아침,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19세 청년 잭 브레틀러가 런던 템스강변의 한 고급 아파트 5층 발코니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아들이 숨진 후, 부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잭은 자신을 러시아 신흥 재벌의 아들이라고 주변에 소개하면서, ‘잭 이스마일로프’라는 가짜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런던의 19살 청년은 왜 고급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나
잭은 화려한 런던의 상류사회에 진입하고 싶어 했고, 이 과정에서 부패한 사업가와 악명 높은 갱스터 등과 얽히며, 위험한 범죄 지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갔다. 잭의 추락사에 대해 경찰은 단순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부모가 직접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런던 폴링>은 화려하게 반짝이는 도시 런던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한 청년의 추락 사건을 통해, 전 세계의 온갖 검은 돈과 러시아 신흥 재벌의 자본이 흘러들어와 불법 자금 세탁의 온상이자, 부패와 탐욕의 중심이 되어버린 런던의 실상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아울러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가 보여주는 화려한 삶에 매료되어 거짓 환상을 좇다가 파멸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오늘날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정서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보여준다. 허황된 부에 대한 열망으로 가상 세계에서 자신의 신분까지 속여가며 상류사회를 맛보고 싶어 했던 한 청년,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청년에게 접근했다가 사기극을 눈치채고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죄 조직, 그리고 무기력하고 무능한 경찰의 태도가 서로 교차하면서 이 책은 마치 ‘스릴러 소설’처럼 읽힌다.

북런던 지역에 사는 중산층 부부의 막내아들이었던 잭은 운동을 좋아했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허세에 매료되었고, 고등학생 때는 사업가 행세를 하거나, 방에 틀어박혀 몇 시간씩 소셜미디어에만 집착했다.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고 신상품을 자랑하는 영상들을 즐겨 봤지만, 현실에서 그는 늘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렸다. 알고리즘에 지배당해 환상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 머물렀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런던의 19살 청년은 왜 고급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나
책은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라고 묻는다. 가짜 행세를 조장한 소셜미디어인가? 아니면 온갖 거짓과 부패가 만연한 시스템을 방치한 도시인가? 화려한 도시 뒤에 숨겨진 추악한 탐욕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독자들은 조용한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