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에서 대법원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단 하루 남았다.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재상고 기한은 오는 14일 밤 12시까지다. 최 회장이 재상고하지 않으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2017년 이혼 조정 신청 이후 9년째 이어진 법적 다툼이 사실상 종착점에 선 셈이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기한 내 재상고하지 않을 경우 파기환송심 판결은 확정된다. 어느 한쪽이라도 재상고할 경우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파기환송심을통해 노 관장 측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만큼 최 회장 측이 재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상고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새롭게 판단하기보다 법률 적용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심리하는 법률심이다. 파기환송심 결과가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을 더 끌어가는 대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편이 그룹 경영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이 총수의 법적 분쟁에 계속 휘말리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9440억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재상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금액은 국내 재산분할 판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재상고를 통해 판결을 다시 다퉜다는 명분을 확보하거나 지급 시점을 늦추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확정 다음 날부터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하루 약 1억3000만원 이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최 회장 명의 SK㈜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도록 하고 노 관장의 몫에서 부족한 금액을 현금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SK㈜ 주식이 그룹 경영권·지배권의 근거가 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봤다. 노 관장이 혼인 기간 가사·양육을 담당하고 SK그룹 관련 대외 활동을 하면서 주식 가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지원금 300억원은 노 관장의 기여도나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하지 않았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 경영권 유지나 경영 활동을 위해 증여한 주식 등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SK㈜ 주식 가치는 2024년 4월16일 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의 몫은 2심에서 인정된 35%보다 낮은 3분의 1로 정해졌다. 2심은 2024년 5월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상고를 포기할 경우 944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 활용이나 SK㈜ 지분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 등이 거론되지만 거래 비용, 세금, 그룹 지배력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