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 사진=뉴스1
배우 하영. 사진=뉴스1
"우리 집안의 뿌리가 매국노라는 사실을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알았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자 한 직장인이 자신도 친일파 후손이라면서 사연을 털어놔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영화 '암살'을 가족과 함께 보다 극 중 금광채굴권을 가진 친일파가 자신의 증조부를 모델로 한 인물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조상의 업보를 청산한다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이틀 전 자신의 가족사를 공개했다. 그는 영화 '암살'을 언급하면서 "거기서 배우 이경영이 금광채굴권 따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증조부가 바로 그 금광채굴권을 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가족들은 영화를 보면서 해당 인물을 향해 욕설을 하던 중 아버지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A씨 아버지가 "네 증조부가 금광채굴권 있었던 저 인물"이라고 말했다는 것.

아버지도 처음부터 조부의 친일 행적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워 금광채굴권을 딴 사람"이라고만 들었던 것이다. 이후 "그 시대에 금광채굴권을 어떻게 땄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겨 직접 자료를 찾아본 뒤 친일 행적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A씨는 그러면서 최근 친일 후손 논란에 휩싸인 배우 하영을 언급했다. 그는 "사실 스스로 고민을 해야 했던 게 맞다. 사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고종 치료까지 했다면 더욱 찾기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저 부모님이 항상 자랑스럽게 얘기하시니 마음속에 자부심을 갖고 살면서 찾아볼 생각조차 안 해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친일파의 자손들은 잘살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업보는 다 자손들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일용직 일을 간간이 하다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고모·삼촌도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 강릉시자원봉사센터는 12일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함께 기억하는 광복, 함께 실천하는 나라사랑'을 주제로 태극기 약 800개를 설치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강원 강릉시자원봉사센터는 12일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강릉시 월화거리에서 '함께 기억하는 광복, 함께 실천하는 나라사랑'을 주제로 태극기 약 800개를 설치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자신의 직업생활에도 같은 생각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살아가면서 내가 너무 힘들고 말도 안 되게 무례한 환자를 만나도, 난 내 조상의 업보를 청산한다 생각하고 그 배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업보는 어떻게든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대로 부유하게 살아온 경우 자신의 집안 뿌리를 직접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A씨는 "반드시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하며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사연이 관심을 받은 이유는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하영의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상황과 맞물려서다. 하영은 지난 7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증조부께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며 자신을 '4대째 의사 집안'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1918년 매일신보 기사에엔 안상호가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뒤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매운 음식도 못 먹는다"고 언급한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