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달 강원 원주 여행 중 찾은 사우나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수건을 사용하려면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수건 사용을 제한하는 곳은 봤어도 돈을 내라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성에게만 수건과 비누 사용료를 부과하는 목욕탕의 관행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헌법이 지향하는 양성평등 원칙과 차별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달 28일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비누 사용료를 부과한 온천탕에 관련 행위를 시정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행정 지도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진정인 A씨는 경북에 있는 한 목욕탕이 남성 고객에게는 수건과 비누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여성 고객에게는 별도 요금을 받아 부당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 목욕탕은 여성 비회원 고객에게 수건 1장 500원, 일반 비누는 개당 3000원의 이용료를 별도로 받았다.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남성 고객에게는 무료로 수건과 비누를 제공했다.

목욕탕 측은 여탕에 지급한 수건이 자주 분실됐기 때문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중위생관리법상 목욕탕 업소가 비품을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없고, 다른 업소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 조사 결과 이 지역 27개 업소 가운데 22곳이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1장에 평균 500원의 요금을 따로 받고 있었다.

인권위는 이런 관행이 부당하다고 봤다. 보증금을 부과하거나 공용 비누를 설치하는 등 해당 목욕탕 사장이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2000년 성평등가족부 전신인 여성특별위원회도 여성에게만 수건을 유료로 제공하는 행위는 남녀 차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