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각국 증시의 벤치마크까지 바꿔놓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 지수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기업을 대거 편입했고, 중국 기술기업의 대표 지수인 항셍테크지수도 AI와 첨단 하드웨어 기업을 대폭 늘리는 개편을 추진한다. 바이오, 2차전지 같은 기존 성장주는 밀려나고 있다.

◇MSCI에도 ‘대세’ 된 AI 하드웨어

MSCI, AI 반도체 담고 바이오·콘텐츠 뺐다
13일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업체 MSCI는 8월 정기 리뷰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지수에선 반도체용 고부가 기판으로 AI 호황의 수혜주가 된 LG이노텍이 새로 편입됐다.

LG이노텍은 삼성전기와 함께 고사양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수요가 폭증한 AI 서버용 부품의 대장주로 꼽힌다. 8월 들어서는 두 회사 주가가 각각 19.6%, 31.6% 급등해 삼성전자(2.1%) SK하이닉스(-7.3%)보다 뛰어난 성과를 냈다. 메모리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AI 서버·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부품과 장비로 확산한 결과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MLCC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AI 반도체용 고부가 기판도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며 한국 내 최선호주를 기존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변경했다. 이에 삼성전기는 12% 넘게 뛰었고, 삼화콘덴서, 대덕전자 등 관련주도 두 자릿수 안팎 급등했다.

◇2차전지·바이오 등은 편출

한국지수에서 빠진 종목은 LG디스플레이포스코인터내셔널, 신약 개발사 HLB, 바이오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였다. HLB와 LG디스플레이는 MSCI 한국 중소형 지수로 내려갔다.

MSCI 지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가 자금을 운용할 때 참고하는 주요 벤치마크다. 이 지수에 따라 움직이는 패시브(지수 추종) 자금 때문에 지수 구성이 바뀔 때마다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MSCI는 연 4회 분기마다 지수 리뷰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변경은 이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리밸런싱이 이뤄진다.

16개 종목이 들어가고 49개 종목이 빠진 중소형 지수에서는 AI 반도체·인프라 기업의 체급 상승이 두드러졌다. 메모리 제조사 제주반도체와 반도체 테스트·검사장비 업체인 두산테스나, 기가비스, TSE 등이 편입됐고 가온전선, 대한광통신 등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병목으로 꼽히는 전력·광통신 인프라 기업도 새로 들어갔다.

반면 편출된 종목은 동국제약, 에이프릴바이오 등 바이오와 헬스케어가 가장 많았다. 엔켐, LS머트리얼즈 등 2차전지 관련주와 CJ CGV, 넥슨게임즈 등 콘텐츠·게임주도 대거 빠졌다. 증권가 관계자는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테마형 성장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中 ‘배달지수’도 ‘하드테크’로

MSCI는 중국지수에도 중국 내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편입했다. 상장한 지 불과 10거래일 만이다. CXMT는 이날 텐센트를 제치고 중화권 증시 시총 1위(약 708조원)에 올랐다. MSCI 편입으로 패시브 자금이 추가 유입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존슨앤드존슨과 엑슨모빌도 넘볼 수 있는 규모다.

중국 기술기업의 글로벌 자금조달 창구인 홍콩 자본시장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수 설계를 바꾸고 있다. 지난 10일 항셍지수공사는 항셍테크지수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플랫폼·소프트웨어 중심의 분류를 뜯어고쳐 AI를 독립 테마로 승격하고, 기존 ‘디지털’ 테마를 ‘첨단 하드웨어’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같은 인터넷 플랫폼 비중이 높아 ‘배달 지수’라는 별칭이 있는 항셍테크에 AI 인프라 기업을 대거 늘리겠다는 목표다.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일부 종목을 뽑아 로봇, 반도체 등 고성장 중소형주에도 문을 넓히기로 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의 AI 도입과 데이터센터 현대화가 전 세계적인 인프라 수요를 계속 견인하고 있다”며 “AI 하드웨어 업체들의 실적 가시성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