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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매칭 분석, 감사 검토도 AI가 알아서…회계사 채용시장 흔든다
AI로 M&A효과 분석, 티저 초안도 작성...연간 4만시간 절감
13일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다양한 형태로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고객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다른 회계법인과 다른 점은 자체 개발 AI를 통해 실제 매출까지 내고 있다는 점이다. 삼일PwC는 2년째 '국제 AI 엑스포'에 참가해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시연해 주목을 받았다.특히 M&A 자문 및 가치평가(밸류에이션)와 관련해선, 관련 산업 특성 분석, 국내외 경쟁사 파악, 매도 자문 투자안내서(티저) 초안 작성이 AI로 가능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서 재무제표 및 주석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충당부채 추산율을 산정하는 등 감사 업무를 비롯해 법인세 세무조정과 세금 검토 작업 등 세무 업무에서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절감을 이뤘다.
삼정KPMG는 업계 최초로 회계 감사에 이어 M&A 등 재무자문 업무에도 AI기술을 도입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자체 재무자문용 AI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삼정KPMG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 1월 개발을 시작으로, 올 8월부터 재무자문 전 업무 영역에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AI 솔루션 도입에 따라 재무자문 업무에 들던 연간 약 4만 시간 이상이 절감되고, 20억 원 이상의 비용 효용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재무정보 조회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적 오류를 줄일 수 있다. 100여건의 대용량 자료를 한 번에 조회하고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으며, 환율 및 회원권 시세, 유가증권, 채권수익률, 등기부등본 조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물이자율과 선물이자율, 주가변동성 계산 등도 가능하고 데이터 기초 테이블을 만들고 합계 검증까지 할 수 있다. 특히 대상 회사와 기간 등 간단한 입력만으로 원하는 시점과 기간의 재무제표를 쉽게 가공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모든 보고서를 내려받을 수 있는데, 특정 주석이 있는 회사를 검색해 해당 주석만 모아 데이터를 추출할 수도 있다.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2년간 파트너가 가진 모든 지식과 정보를 AI에 매일 학습시켜 이제는 기초적인 M&A 자문 데이터는 AI를 통해 빠르게 공급받는다"며 "파트너의 개인 편차와는 무관하게 고객 기업에 최상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일찌감치 AI를 통해 M&A자문 업무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 외국계 IB 대표는 "오랜기간 글로벌 빅데이터 수입으로 독자적인 M&A자문용 AI 모델을 구축했다"며 "산업전망과 M&A 매물 발굴, M&A시 장단점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준다"고 말했다.
세무자문 영역에서도 AI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일PwC이 지난해 10월 런칭한 택스 에이전트(Tax Agent)는 세무관련 질의에 대해 매주 업데이트되는 법령, 예규, 세법 해석 사례, 판례, 국세청 질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적의 답변을 제공한다. 세무 리스크 판단과 전략 수립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단순 반복 질의응답을 넘어서, 결론 도출과 그 논리적 근거를 명확히 설명 가능한 형태로 제시함으로써 업무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한 점이 혁신적이다.
딜로이트안진은 2023년 세무사이자 세무 솔루션 회사 경영 경험이 있는 구현모 전무를 영입해 TTC(택스 테크놀로지 컨설팅)조직을 신설하고 내부 업무 효율화뿐 아니라 세무 데이터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활용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세무 데이터 분석, 자료 검토, 보고서 작성 등 반복 업무를 효율화하고 있다.
리스크 식별, 공시 요건 평가, 감사 조서 작성과 검토 등도 AI가
전통적인 감사 부문에선 이미 상당한 업무를 AI가 대체하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발달로 잡무가 줄어든 것이다.삼일PwC는 자체 구축한 방대한 회계 데이터베이스와 AI 기반 대화형 챗봇을 통해 최신 회계기준과 사례에 근거한 질의응답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 실무자는 업무 중 즉시 필요한 정보를 얻어 판단을 지원받을 수 있다.
EY한영은 단순히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을 지원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지난 4월 전 세계 업계 최초 글로벌 통합 감사 플랫폼 ‘EY 캔버스’에 멀티 AI 에이전트를 내재화했다. EY 캔버스에 탑재된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변하거나 초안을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비서처럼 실제 업무를 수행한다. 감사 일정 관리, 과거 감사 기록 및 기준서 검색, 감사조서 작성·검토, 데이터 분석, 리스크 평가, 특이사항 식별 및 권고 등 감사 프로세스 전반에서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거나 다음 조치를 제안하며, 감사인이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전문적 판단과 인사이트 제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딜로이트안진 역시 글로벌 감사·인증 플랫폼 옴니아(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잠재 리스크 조기 식별 △맥락 기반 답변을 통한 감사인 의사결정 지원 △데이터 추출과 증거 분석, 문서 작성 및 전문가 검토를 위한 예비 결론 도출 등 감사 절차 자동화 △규제 및 공시 요건 준수 여부 평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역시 AI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증빙 수집, 샘플링, 문서화 등 반복 업무에서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관련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삼일PwC는 지난 해 10월 국내 최초로 AI를 적용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컴플라이언스 전 과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인 K-SOX 허브를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내부회계 업무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AI 솔루션으로, 위험 평가, 설계 평가, 미비점 관리 및 외부 감사인 대응 등 다양한 컴플라이언스 프로세스를 통합 제공한다. AI가 통제 검증 뿐 아니라 통제 설계 역시 지원하는 점에서 실무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 4월에는 국내 회계법인 최초로 AI 기반 솔루션을 해외 수출, PwC 해외 현지 법인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삼정KPMG는 12일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전반에 AI를 적용해 업무 효율성과 평가 품질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KPMG AI SOX 솔루션’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KPMG AI SOX의 효과는 실제 국내 대기업 적용 사례를 통해 검증됐다. 해당 기업은 500개 이상의 내부통제에 확장형 솔루션을 도입해 자동화 범위를 60% 이상 확대했으며, 향후 단계적으로 전 통제 영역까지 자동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AI 기반 자동화를 적용하면서 운영평가에 소요되는 업무시간을 연간 수천 시간에서 수십 시간으로 단축해 약 99%의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EY한영은 AI 기반 재무·내부통제 혁신 플랫폼인 'EY-AI 노바'를 자체 개발해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재무업무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모집단 추출, 증빙 분석, 통제 테스트, 평가 문서 작성 등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가 수행하고, 사람은 AI가 식별한 위험 신호와 특이사항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설계됐다.
회계법인들은 최근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꺾인 데다 AI의 등장으로 신규 채용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회계법인 한 임원은 "낮은 연차 회계사에 대한 채용 수요가 줄어드는 등 AI로 인해 회계법인 채용시장도 바뀌고 있다"며 "신규 채용시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 '칼퇴근'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했던 MZ세대 회계사의 성향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업계에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빅4 회계법인에 입사하지 못하는 등 장기간 수습처를 찾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계법인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별로 신규 채용을 줄이려고 하지만 정부 당국에서 강제 채용하라는 압박이 크다"며 "어느정도 절충을 이뤄 올해는 지난해 수준이거나 약간 늘어나는 정도의 신규 채용 규모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