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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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확산하면서 오는 12월 시행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상호는 과거 정부의 공식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새로 출범할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어떤 기준과 범위로 조사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다만 현재로써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환수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은 하영이 최근 방송에서 4대째 이어진 의사 집안의 가족사를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안상호가 1916년 친일 성격의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알려졌다. 하영 측도 당초 친일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관련 기록을 확인한 뒤 "신중한 검증이 필요했다"며 사과했다.

하영이 과거 방송에서 공개한 넉넉한 집안 형편도 이번 논란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5월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공개된 하영의 본가에는 식재료 종류에 따라 나눠 사용하는 냉장고가 5대 있었다. 당시 하영은 본가에서 식재료를 가져가며 "내가 챙겨 와도 아무도 모른다", "안 먹어서 맨날 썩는다"고 말했다. 최근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과거 방송 장면까지 재소환됐다.

◇ 안상호 대정친목회 평의원…공식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엔 빠져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상임연구위원이 2007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안상호는 1916년 11월 대정친목회 간부진 가운데 21명의 평의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1927년 자료에서 대정친목회를 총독정치를 인정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융화를 목적으로 한 단체로 규정했다.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는 안상호를 '일선동체'의 가정을 이룬 인물로 소개한 기록도 있다.

안상호는 과거 국가가 공식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확정한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를 조사해 친일반민족행위자를 확정했지만 안상호의 이름은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안상호는 등재되지 않았다. 실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안상호의 재산이 몰수될 사안이었다면 지난 친일반민족행위 조사 당시 인정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앞으로 친일재산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5월 7일 국회 문턱을 넘은 친일재산귀속법은 지난 6월 2일 공포돼 오는 12월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6월 22일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을 발족하며 조사위원회 출범 준비에 착수했다. 새 위원회는 친일재산 조사와 국가귀속 여부 결정 등을 담당하게 된다.

◇ 새 위원회 출범…과거 명단 밖 인물 포함될지 관건

향후 위원회가 하영의 증조할아버지 안상호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경우 첫 관문은 그가 법상 재산귀속 대상이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현행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는 독립운동 탄압과 국권침탈 조약 체결뿐 아니라 내선융화·황민화운동을 적극 주도하거나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한 행위 등 20개 유형을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법상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친일재산귀속법상 재산 환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 법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따른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 가운데 재산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 참여자와 그 가족을 살상·처형·학대·체포하거나 이를 지시·명령한 사람 등 '친일의 정도가 지극히 중대하다'고 인정된 사람을 재산귀속 대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친일재산귀속법상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정친목회의 성격과 함께 안상호가 단체에서 맡은 역할, 실제 활동 내용과 내선융화 등에 관여한 정도 등을 토대로 친일 정도가 재산귀속 대상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 인정돼도 끝 아니다…재산 형성 경위 따져야

안상호가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친일재산귀속법상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되면 재산 형성 과정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는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과 이를 상속받은 재산 등을 '친일재산'으로 규정한다. 특히 이 기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재산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은 것으로 추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안상호가 1904년 이후 취득한 토지나 건물 등이 확인될 경우 해당 재산은 우선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반면 정상적인 사업이나 매매 등 친일행위와 무관한 경제활동으로 형성된 재산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국가귀속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기존 제도에서는 친일재산이 이미 선의의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 해당 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 특별법은 이 같은 경우를 보완해 친일재산의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제3조 제2항은 선의의 제3자 등의 권리로 친일재산 자체를 국가에 귀속시킬 수 없는 경우 그 재산의 처분 대가를 국가에 귀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안상호 재산의 환수 여부는 그가 친일재산귀속법상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는지와 1904년 이후 재산의 취득 경위에 달려 있다. 해당 재산이 후손에게 상속·증여됐는지, 이미 처분됐다면 그 대가가 어떤 형태로 이어졌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선/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