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모금액 목표 30% 그쳐
李 "정부가 책임져야" 발언에도
여야 모두 "기금 기한 연장해야"
재계 "기업에 기부 압박" 당혹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용 시한을 2037년까지 10년 더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금 부족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출연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운용 시한을 연장하면서 기업 모금액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는 11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이날 의결되지는 않았지만 오는 25일 소위를 다시 열어 기금 일몰 기한을 10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 반발이 거세지자 여야정이 농수산물 생산·유통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금이다. 지난 10년간 민간 기업의 자발적 모금액은 목표액(1조원)의 32%가량인 약 3200억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출연으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민에게 1조원을 약속했고 세수 상황도 괜찮은 편이니까 정부가 대신 책임지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농어촌특별세가 늘어난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호응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체산업 등에서의 초과 세수가 많은 만큼 기업에 기부를 강요하는 대신 정부가 부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 분위기는 다르다. 농해수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발언은 10년 전 여야정 합의문에 명시된 정부의 부족분 충당 의무를 이제라도 이행하겠다는 취지”라며 “발언과는 별개로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기금 기한을 연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자발적 기금 조성액이 연간 목표(매년 1000억원)에 미달할 경우 정부는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다”고 명시했다가 입법 때 정부 출연 부분이 빠졌다.
재계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발언 이후 세수 등으로 1조원이 채워지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국회가 법적 시한을 10년 더 연장하며 기업을 향한 기부 압박을 이어가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발의된 일부 법안(윤준병 의원안)에는 10년 연장에 더해 기금 목표액을 2조원으로 늘리자는 내용까지 담겼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상생협력기금 불성실 참여를 이유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세우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점도 기업에 큰 부담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랑의열매 모금이나 재해 복구 성금 등 이미 다양한 형태의 농어촌 관련 기부가 이뤄지고 있는데 농어촌상생협력기금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작지 않다”며 “사업적 연관성이 낮은 분야에 자금을 냈다가 주주들로부터 배임 이슈에 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