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절반, 부동산 취득세에 의존
기회소득 등 복지지출은 '눈덩이'
거둬들인 법인세는 기초지자체로
경기도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주요 세원인 취득세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복지 지출을 확대한 결과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 지방세 수납액은 2021년 16조7987억원에서 2025년 15조3615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지방세 수납액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이 줄어든 여파다. 취득세 수입은 같은 기간 10조9301억원에서 2025년 7조847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경기도 예산은 32조6257억원에서 42조5412억원으로 증가했다. 복지 지출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지역화폐, 청년기본소득 등 기존 사업에 더해 김동연 전 지사는 2023년 기회소득을 신설했다. 기회소득 예산은 2023년 547억원에서 2025년 약 1300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반시설 투자는 도가 떠안지만 기업 활동으로 늘어난 법인지방소득세 세수는 기초자치단체로 귀속되는 것도 경기도에는 뼈아픈 지점이다.
이러다 보니 경기도의 경상수지비율은 2024년 기준 86.09%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경상적 수입 가운데 인건비와 운영비, 이자비용 등 고정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경기도는 지난해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원 가운데 99.6%인 9430억원 규모를 발행했고, 각종 기금에서도 5588억원을 일반회계에 끌어 썼다. 이러고도 재원이 모자라 올해 10~12월 3개월 치 민생 사업 예산 3132억원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경기도는 이달 말까지 세출 조정과 세입 확충 방안을 비롯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민에게 연간 최대 6만원어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도 이달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경기도, 복지 확대 '역습'…지방채·기금 영끌로도 세수 펑크 못 메워 청년 기본소득·기회소득 등 복지 지출이 총예산 50% 달해
경기도 재정이 빠르게 경직된 배경에는 세입 감소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핵심 세원인 취득세 수입은 줄었지만, 복지와 교통 등 고정성 지출은 계속 늘었다.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와 각종 기금으로 메웠다. 그 결과 올해 지방채 발행 여력은 사실상 소진됐고, 기금까지 대규모로 일반회계에 투입하고도 일부 필수사업은 1년치 예산을 모두 편성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냉각에 취득세 급감
세입 여건이 꺾인 것은 2022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지방세 초과세입이 이어졌다. 2021년에는 지방세 본예산 12조6000억원보다 4조1626억원을 더 걷어 초과세입 규모가 본예산의 33%에 달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주택과 토지 거래가 줄자 취득세 수입이 급감했고, 이후 지방세 수입이 전망치를 밑도는 상황이 이어졌다.
세입이 줄어드는 동안 지출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경기도는 경기 침체와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수요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확장재정을 유지했다. 지역화폐와 청년기본소득 등 기존 사업을 이어가면서 기회소득 같은 새로운 정책도 더했다.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 아래 본예산 증가율을 2%대로 낮춘 시기에도 경기도 본예산은 6~7%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민선 8기 초 40% 초반에서 최근 50% 수준까지 올라섰다. 세입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출렁이는 반면,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상성 지출은 계속 증가했다.
◇지방채로 메운 재정
부족한 재원을 메운 것은 지방채였다. 경기도는 올해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원 가운데 99.6%인 9430억원을 활용해 추가로 발행할 여력이 사실상 남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발행한 지방채를 합하면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며, 채무 잔액도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일반회계에 투입했고,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는 운용 가능한 384억원 중 340억원을 끌어다 썼다.
이러고도 필요한 예산을 모두 담지 못했다. 노인장기요양 관련 예산 1234억원과 학교급식 경기교육청 부담분 584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29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사업은 12개월치가 아니라 9개월가량만 편성됐다. 경기도가 당장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이 그만큼 빠르게 줄었다는 의미다.
재정 운용을 둘러싼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면서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며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고 민선 8기 재정 운용을 비판했다. 민선 8기 측은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경기 침체와 복지 수요에 대응하려면 필요한 지출은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한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지역화폐 지원을 줄이면서 지방정부 부담이 커진 점도 재정 압박의 원인으로 꼽는다.
정창훈 인하대 정책대학원장은 “경기도 재정난은 세출이 늘어난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광역자치단체가 지는 지출 책임에 견줘 세입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다.
◇재정위기단체 지정 요건은 아냐
다만 경기도는 ‘재정위기단체’나 ‘재정주의단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1.95%다. 지방재정법 시행령상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은 25% 초과 40% 이하,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은 40% 초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 지사가 재정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커뮤니티에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경기지사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공격해 친명 후보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9일 민주당 8·17 전당대회 수도권 순회경선을 앞두고 정 후보 SNS에 응원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