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에서 이용자가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서울의 파크골프장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모두 새로 확보한 땅이 아니라 기존 공원과 하천변, 유수지를 바꿔 만든 곳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제공
파크골프장에서 이용자가 클럽을 휘두르고 있다. 서울의 파크골프장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모두 새로 확보한 땅이 아니라 기존 공원과 하천변, 유수지를 바꿔 만든 곳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제공
서울에서 파크골프장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새 부지를 확보해 지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과 녹지, 하천변, 유수지 등 기존 공공 공간을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면서 다른 이용자들과의 갈등이 커졌다. 여기에 시설 증가로 운영·유지관리비까지 빠르게 불어나면서 파크골프장 확충이 공공 공간 배분과 재정 부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22곳에 불과했던 서울의 실외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30곳으로 늘었고, 현재 34곳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천변을 활용한 게 17곳, 공원·녹지가 7곳이다. 나머지 10곳도 유수지 등 기존 부지를 활용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청장 당선자 26명 가운데 19명(73.1%)이 파크골프 관련 공약을 내걸어 시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남·강동·광진·마포·송파·은평·중구 등 7곳은 실내 또는 스크린형 파크골프장 조성도 약속했다.

시설 확충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 본청과 25개 자치구의 파크골프 관련 예산은 2023년 27억1600만원에서 올해 58억8800만원으로 116.8% 늘었다. 시설 조성 예산은 24억5300만원에서 39억6600만원으로 61.7% 증가했다. 특히 운영·유지관리비는 2억4400만원에서 15억8100만원으로 546.9% 급증했다. 한 번 조성하면 잔디 관리와 시설 보수 등에 매년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구장이 늘수록 고정 지출도 커지는 것이다.

시설 운영 과정에서도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용객이 늘면서 소음 때문에 기존 공원 이용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나온다”고 했다. 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관외 이용객이 몰려 주민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과 이용 예절을 둘러싼 갈등이 많다”고 말했다. 이용객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온라인 선착순 예약이 어렵다는 민원도 있다.

더 큰 논란은 한정된 공공 공간을 특정 종목 전용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왔다. 마포구 노을공원에서는 캠핑장과 공용 잔디밭 일부를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면서 가족과 어린이가 이용할 공간이 줄어든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서초구 청계산 수변공원에서도 녹지 훼손과 농약, 소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부지를 활용하다 보니 안전과 복구 비용 문제가 불거지는 사례도 있다. 중랑구가 약 7억원을 들여 중랑천변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은 2024년 7월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 펜스가 파손됐다. 영등포구가 지난 6월 안양천에 준공한 제2파크골프장도 하천 관리와 치수 안전성을 놓고 관계기관의 보완 요구를 여러 차례 받았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원과 녹지를 특정 종목 전용시설로 바꿀 때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수요와 이용률, 유지관리 비용을 따져 여러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이/김영리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