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역곡 A-2BL 현장. 지난 3일 체감온도가 38도가 넘는 상황에서도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천 역곡 A-2BL 현장. 지난 3일 체감온도가 38도가 넘는 상황에서도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폭염취약계층 보호와 야외 노동자 안전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철저히 대응해 달라."

조용익 부천시장이 지난 4일 폭염대책회의에서 내린 주문이다. 부천시는 이날 '폭염 장기화 대응 총력'을 내걸고 건설현장과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의 모습은 달랐다.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체감온도가 38도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지역 내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한낮 옥외작업이 이어졌다. 부천시가 강조한 '현장 중심 폭염 대응'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 부천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고 당시 고온다습한 기류가 유입돼 실제 인체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38도를 웃돌았다. 폭염경보도 발효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께 찾은 부천 역곡지구 A-2BL 건설현장에서는 햇볕이 그대로 내리꽂히는 가운데 굴착기와 타워크레인 등 중장비가 가동됐고,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도 뙤약볕 아래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사업장 행동요령'과 관련 지침은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단계별 조치를 정하고 있다.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35도 이상이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무더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연기하도록 권고한다. 38도를 넘는 '심각' 단계에서는 긴급조치 작업 등을 뺀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오후 3시는 이 두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폭염 대응 장비 지급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었다. 취재진이 A건설사 측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현장 근로자들에게 냉풍조끼를 지급했는지 묻자 회사 측은 곧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약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작업자들에게 냉풍조끼를 지급했다"고 답했다. 다만 조끼가 정확히 언제 지급됐는지, 취재진의 질의 이전부터 근로자들이 지급받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건설사 측은 폭염 대응 조치를 충실히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근로자들에게 시원한 물과 이동식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시설, 냉풍조끼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충분한 휴식시간도 제공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의 폭염 대응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시는 지난 4일 조 시장 주재로 행정안전국과 복지국, 경제환경국, 주택국, 공원녹지국, 보건소와 3개 구청 관계 부서가 참석한 폭염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산업현장과 공사장 안전관리'와 '야외 노동자 안전관리'를 주요 점검 과제로 다뤘고, 폭염 취약 사업장에 예방 물품을 지원하고 고위험 사업장 현장점검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 시장은 "폭염이 장기화되는 만큼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현장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야외 노동자 안전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철저히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곽내경 국민의힘 부천갑 당협위원장은 "'총력 대응'을 내건 시의 발표와 실제 현장 사이에는 간 드러난 것"이라며 "폭염특보가 내려진 기간 시가 건설현장을 얼마나 점검했는지,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시간 부여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천=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