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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역대급 흑자에도…정유4사 '신사업'에 사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해결 국면
정제마진 감소로 3분기 실적 우려에
수입처 다변화·사업 체질 개선 잰걸음
데이터센터·배터리 핵심 기술인
액침 냉각유 시장 속속 진출
정제마진 감소로 3분기 실적 우려에
수입처 다변화·사업 체질 개선 잰걸음
데이터센터·배터리 핵심 기술인
액침 냉각유 시장 속속 진출
그럼에도 정유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중동 긴장 완화로 3분기부터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피크아웃’ 우려 때문이다. 단기적인 유가 착시에 기댈 수 없게 된 정유사는 액침냉각유와 지속가능항공유(SAF), 발전사업 등으로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 정제마진·윤활기유 쌍끌이...2분기 흑자전환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2분기 매출 13조2106억원, 영업이익 65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9% 늘었고, 영업손실 4656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실적을 발표한 3개 정유사(SK에너지·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중에선 HD현대오일뱅크가 매출 9조4774억원, 영업이익 1조8241억원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윤활기유 부문도 실적 효자 역할을 했다. 윤활기유는 고성능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의 원료다.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그룹3) 공급량의 20~30%를 담당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펄 GTL 설비가 중동 여파로 가동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치솟았다. 한국산 프리미엄 윤활기유 수출액은 지난 6월 7억879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4.8% 증가했다.
◇ ‘중동 특수’ 끝나나…3분기 피크아웃 공포
역대급 실적에도 정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중동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며 3분기 실적이 다시 꺾일 것이란 관측에서다. 당초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높은 가격에 판매한 래깅 효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는데,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반대로 ‘역래깅’ 부담이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빠르게 완화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와 중동 정제설비 재가동이 본격화하면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다시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증산 가능성과 아시아 지역 정제설비 확대도 변수로 꼽힌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비롯한 정부 규제가 강화된다면 수익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중동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산 원유 11만 배럴을 국내에 들여왔다. 국내에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들어온 것은 2006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SK이노베이션 E&S도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초경질유 30만 배럴을 수입했다. SK에너지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향후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 ‘꿈의 냉각 기술’ 액침냉각 시장 선점 경쟁
정유업계는 수입처 다변화뿐 아니라 신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가 변동성 등 대외 변수에 좌우되는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행보다. 대표적인 분야가 액침냉각 시장이다. 액침냉각은 서버나 배터리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에 담가 직접 식히는 기술이다.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이 높고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열관리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액침냉각유는 그룹3 윤활기유에 특수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한다. 윤활기유 생산설비와 수십 년간 축적한 배합 노하우를 확보한 정유사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액침냉각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억7000만달러에서 2032년 26억1000만달러로 4.5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바이오 연료·친환경 발전·반도체 소재…정유사 '탈석유' 총력전
정유사의 체질 개선 시도는 액침냉각에 그치지 않는다. 정유사들은 바이오연료와 친환경 발전, 반도체용 화학 소재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저탄소 전환 및 전기차 보급 등이 불러올 휘발유·경유 수요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바이오 연료 사업이 대표적이다. 항공 및 해운업계의 탄소 감축 의무화로 지속가능항공유(SAF)와 바이오선박유 시장 선점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SK에너지는 2025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원료사 대경오앤티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해 원료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2027년 이후 SAF 전용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공장과 여수산업단지 일대의 탄소 감축을 위해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클러스터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CCUS는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저장하거나 다른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GS칼텍스는 2024년 여수산단 주요 기업과 협의체를 구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민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 도입에도 나섰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남해화학의 유휴 열을 활용한 무탄소 스팀을 공정에 도입하고 있다.
정유 공정의 밸류체인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에쓰오일은 약 9조원을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를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석유 원료를 직접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T2C2 공정을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였다는 설명이다.
발전사업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소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HD현대이엔에프를 통해 올 8월부터 충남 서산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소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에쓰오일은 탈탄소 전략의 일환으로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저탄소 암모니아·수소 도입 관련 국내 인프라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일본 화학기업 도쿠야마와 손잡고 반도체 세정제용 고순도 IPA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윤활기유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액침냉각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실증에 들어갔다. SK엔무브가 2022년 미국 GRC에 지분을 투자하며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 GS칼텍스는 LG유플러스 평촌 2센터에서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 실증 작업을 마쳤다. HD현대오일뱅크는 네이버클라우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배터리 제조기업인 범한유니솔루션과 손잡고 전기버스 등 상용차에 액침냉각유를 적용하기 위한 실증 시험을 거치고 있다.
정유사의 체질 개선 시도는 액침냉각에 그치지 않는다. 정유사들은 바이오연료와 친환경 발전, 반도체용 화학 소재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저탄소 전환 및 전기차 보급 등이 불러올 휘발유·경유 수요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바이오 연료 사업이 대표적이다. 항공 및 해운업계의 탄소 감축 의무화로 지속가능항공유(SAF)와 바이오선박유 시장 선점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SK에너지는 2025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원료사 대경오앤티 인수를 통해 원료 조달부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 회사는 2027년 이후 SAF 전용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공장과 여수산업단지 일대의 탄소 감축을 위해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클러스터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CCUS는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저장하거나 다른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GS칼텍스는 2024년 여수산단 주요 기업과 협의체를 구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민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무탄소 에너지원 도입에도 나섰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남해화학의 유휴 열을 활용한 무탄소 스팀을 공정에 도입하고 있다.
정유 공정의 밸류체인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에쓰오일은 약 9조원을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를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기계적 준공을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석유 원료를 직접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T2C2 공정을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였다는 설명이다.
발전사업과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소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HD현대이엔에프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충남 서산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소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에쓰오일은 탈탄소 전략의 일환으로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저탄소 암모니아·수소 도입 관련 국내 인프라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일본 화학기업 도쿠야마와 손잡고 반도체 세정제용 고순도 IPA 시장에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정유사가 올 2분기 호실적에서 확보한 현금 유동성이 신사업 투자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은 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실적 널뛰기가 심한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2분기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액침냉각과 SAF 등 미래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는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