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정장 대신 평상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흐르던 연주를 멈춰 세우는 지휘자의 단호한 손짓, 반복된 연주 끝에 더욱 정교해진 이들의 호흡까지. 한 편의 클래식 공연이 완성되기까지 무대 위에선 치열한 고민과 예술적 교감이 교차한다.
지난 4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휘자 홀리 최와 함께 오픈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경기아트센터
지난 4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휘자 홀리 최와 함께 오픈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사진=경기아트센터
클래식 공연의 가장 생동감 넘치는 리허설 현장을 직관할 수 있는 '오픈 리허설' 무대가 늘고 있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깊이 있는 음악적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 아닌 '과정'을 공유한다

10일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오는 18일 개막하는 '2026년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는 개·폐막공연의 오픈 리허설을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오픈 리허설은 본 공연 직전 최종 리허설을 참관하는 자리로, 개막공연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케빈 첸과 폐막공연 협연자인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의 연주를 본 공연 네 시간 전에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참관자 50명은 음악제 예매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했으며, 1인당 두 장의 티켓이 지급된다.

올해로 6회차를 맞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가 오픈 리허설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14일 개막하는 발레 공연 '백조의 호수'도 오픈 리허설을 운영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작품 특성과 제작 일정 등을 고려해 가능한 기획 공연의 경우 오픈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더 많은 회원과 시민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픈 리허설은 본 공연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거치는 자리인 만큼 연주 도중 음악이 중단될 수 있다. 날것의 무대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는지, 이후 연주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어서다. 일부 지휘자는 미완의 무대를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클래식 공연의 문턱을 낮추려는 주최 측 입장에선 오픈 리허설이 유용한 마케팅 도구로 쓰이고 있다.

올해 들어 오픈 리허설을 확대하는 국내 악단들이 눈에 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중단한 오픈 리허설을 올해부터 재개했다. 본 공연 예매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필하모닉 SNS 팔로워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데, 1분 안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지휘자가 직접 해설과 코멘트를 덧붙이는 오픈 리허설 형식의 '과정 음악회'를 올해 신설했다.

학생 무료 관람 기회 주는 해외 악단도

하지만 국내 주요 악단의 오픈 리허설은 여전히 제한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은 후원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오픈 리허설을 진행한다. 후원금에 따라 부여된 등급별로 연간 참관 횟수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후원 회원들은 오픈 리허설을 통해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만족감과 악단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며 "공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충성도 높은 관객층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오픈 리허설을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필하모닉과 뉴욕필하모닉은 학생들에게 무료로 리허설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빈필하모닉은 본 공연보다 저렴한 가격의 리허설 티켓을 판매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오픈 리허설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성숙한 관람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승림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오픈 리허설을 운영한 일부 악단이 미성숙한 관람 에티켓으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음악 전공생 위주로 참관 기회를 늘리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