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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넘어 체질 전환으로, 구조적 변곡점에 선 항공 운항 산업의 다음 과제 [삼정 KPMG CFO Lounge]
신동준 삼정KPMG 부대표
특히 성장의 무게중심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시장의 조건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2024~2044년 항공산업 장기 성장률은 인도·태국 등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이 가장 높게 전망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이 속한 동북아시아는 세계 평균 4.2%에 못 미치는 2.4%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국내 항공업계는 매출 측면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된 반면, 영업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대형 항공사 일부를 제외한 상장 항공사 대부분이 영업손실을 기록하였다. 외형은 지켰지만 수익성이 과제로 남은 가운데, 두 가지 뚜렷한 한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기존 사업모델의 성장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FSC(대형 항공사) 확대, LCC(저비용 항공사) 기반의 여객 대중화가 차례로 성장을 이끌며 국내 국제선 탑승객은 연간 9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항공사가 12개까지 늘며 공급은 포화 국면에 들어섰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통합 항공사 점유율이 50%에 근접할 전망이어서 나머지 항공사는 경쟁력을 재정의해야 한다. 특히 국내 LCC는 해외보다 다양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선도 인천·김포에 집중돼 해외 LCC처럼 저비용 2차 공항을 통한 원가 절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상적인 LCC 수익 구조를 국내 환경에 맞게 재정비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비용이다. 노후화는 MRO(정비·수리·개조) 비용 상승으로 직결되는데, 국내에는 기재의 20% 이상이 기령 20년을 넘어선 항공사도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백로그(계약이 완료되었지만 아직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미처리 주문, 즉 수주잔량을 의미)가 각각 10년 치를 넘어 신조기 인도 지연도 길어지고 있다. 가격은 경쟁 심화로 압박받고 수요는 정체된 가운데 비용만 오르는 국면이다. 단기 수익성 방어와 장기 성장 기반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이며,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효율화와 재편, 확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효율화는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영역이자 수익원 다변화의 출발점이다. 아일랜드 기반의 유럽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올해 2월 CFM 인터내셔널과 엔진 MRO 장기 계약 양해각서를 맺어 정비 공급망을 선점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프리미엄 좌석 매출이 일반 좌석을 넘어섬에 따라 해당 기재 도입을 늘렸다. 알래스카 항공은 AI로 기상과 교통 패턴을 분석해 최적 항로를 산출, 비행시간과 연료를 줄였다.
항공산업의 구조재편은 인수·합병으로 나타난다. 독일 루프트한자그룹은 2024년 말 이탈리아 ITA 항공 지분 41%를 인수해 남유럽 네트워크를 보완했다. 같은 해 알래스카 항공은 하와이안항공을 인수해 서부 국내선 중심에서 아시아·태평양 장거리 네트워크를 갖춘 그룹으로 체급을 바꿨다. M&A가 비용 절감을 넘어 노선과 고객 기반을 한꺼번에 바꾸는 수단이 된 것이다.
확장은 산업의 경계 자체를 넓히는 움직임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아처에비에이션과 최대 200대의 eVTOL(전기 추진 기반의 수직 이착륙 항공체) 구매 계약을 맺고 허브공항과 도심을 잇는 전기 에어택시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다. 에어아시아는 LCC 모델을 넘어 여행 예약·결제·물류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했다.
국내 FSC에도 이 세 갈래 대응이 단계적 과제로 놓인다. 우선 AI·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으로 기재 투입과 운항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프리미엄 좌석과 멤버십, 직접 판매 채널을 키워야 한다. 다음으로 통합을 계기로 중복 노선과 슬롯을 재배치해 인천 허브의 환승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MRO를 사업화하고 항공우주·방산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LCC는 우선 정비·기재·노선 등 운영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비항공 수익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재와 부품을 표준화하고 외부 MRO·부품사와 협력해 정비비를 낮추면서, 장거리·저수익 노선보다 단거리 핵심 노선에 집중해야 한다. 구조 재편에서는 전면 통합보다 부품 풀링이나 교육훈련처럼 표준화 가능한 영역부터 공동화가 현실적이다. 나아가 호텔·렌터카·보험을 묶은 여행 상품으로 비항공 매출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항공운항산업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항공편을 보유하는가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고, 얼마나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가에서 갈릴 것이다. 과거에는 더 많은 항공기와 노선을 확보하는 것이 성장의 중요한 조건이었다. 이제는 제한된 수요에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지금의 변곡점은 항공사에 위기이지만 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버핏이 지적했던 항공산업의 오래된 숙제를 넘어서는 길은 분명하다. 성장의 규모가 아니라 성장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