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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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업계의 경쟁 단위가 ‘한 포기’에서 ‘한 끼’로 작아지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던 1.5㎏ 제품을 800g으로 줄이고, 편의점에서는 60~80g짜리 한 번 먹을 분량까지 내놓고 있다. 김치를 대량으로 사서 오래 보관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자주 구매하는 1~2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별미김치인 ‘아워홈 갓석박지’ 800g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4월 코스트코 19개 점포에서 선보인 1.5㎏ 제품의 판매량이 출시 이후 월평균 53% 늘자 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여 일반 유통 채널로 판매처를 확대한 것이다.
 ‘아워홈 갓석박지’ 800g
‘아워홈 갓석박지’ 800g
기존 제품은 대용량 상품 구매에 익숙한 코스트코 고객을 겨냥했다. 신제품은 김치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냉장고 공간도 넉넉하지 않은 1~2인 가구가 대상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아워홈몰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오프라인으로도 유통망을 넓힐 계획이다.

아워홈의 전략은 창고형 할인점에서 맛과 상품성을 먼저 검증한 뒤 소용량으로 구매 장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갓석박지처럼 일반 배추김치보다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별미김치는 대용량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용량을 줄이면 소비자가 새로운 맛을 시험해 보는 부담도 작아진다.
대상의 한입 크기로 썰어담은 갓김치
대상의 한입 크기로 썰어담은 갓김치

김치도 ‘필요한 만큼만’

소용량 김치 시장이 커지는 가장 큰 배경은 가구 구조의 변화다. 2024년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셈이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가구도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2025년 상품김치를 구매한다는 응답은 32.5%로 전년(29.5%)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상품김치를 사는 이유로는 ‘필요한 물량만큼 구매할 수 있어서’가 39.5%로 가장 많았다. ‘김치를 담그기 번거로워서’가 33.1%로 뒤를 이었다.

식품업체들은 소비 장소와 횟수에 따라 김치 용량을 촘촘하게 나누고 있다. 편의점과 온라인에서는 ‘종가 맛김치’ 80g, ‘비비고 썰은배추김치’ 60g 등 컵라면이나 도시락에 한 번 곁들여 먹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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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전문업체 예소담도 지난해 4월 GS25에 썰은김치 80g을 내놨다. 예소담 측은 출시 이후 매월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브랜드가 장악했던 편의점 김치 시장에도 중소 김치업체가 소용량 제품을 앞세워 진입하는 모습이다.

용량뿐 아니라 용기도 바꾼다

소용량 경쟁은 단순히 기존 제품을 작은 봉지에 나눠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치는 개봉 후 발효가 계속되는 만큼 보관 편의성이 구매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300g 제품에 발효가스를 배출하고 외부 산소 유입을 막는 용기를 적용했다. 식탁에 그대로 올릴 수 있는 항아리 형태로 만들어 봉지를 잡고 김치를 꺼내야 하는 불편도 줄였다. CJ제일제당은 50g과 300g, 500g 등으로 소용량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풀무원은 160g 제품을 80g씩 두 개의 컵에 나눠 담은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컵을 먹은 뒤 나머지 김치가 공기와 접촉해 빨리 익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다. 가정용으로는 400g 밀폐 용기를 적용해 대용량 봉지와 1회용 파우치 사이의 틈새를 공략했다.

소포장은 대용량보다 ㎏당 가격과 포장비가 높지만 소비자는 음식물 폐기와 보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첫 구매 부담을 낮추고 구매 빈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김치 시장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에서 ‘남기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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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