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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가짜야" 기괴한 세계관에 빠져들더니…'폭발적 반응' [트렌드+]
"영화인 줄 알았는데 AI였다"
기괴한 세계관에 빠진 2030
"불쾌한데 계속 보게된다"…AI라 가능한 '미학'
AI 콘텐츠로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회 넘겨
AI가 주는 위화감이 오히려 '소비 포인트' 돼
네이버웹툰 등 기업들도 AI 콘텐츠에 '눈길'
기괴한 세계관에 빠진 2030
"불쾌한데 계속 보게된다"…AI라 가능한 '미학'
AI 콘텐츠로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회 넘겨
AI가 주는 위화감이 오히려 '소비 포인트' 돼
네이버웹툰 등 기업들도 AI 콘텐츠에 '눈길'
실험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폐장한 워터파크 앞에서 몸을 푼다. "왜 체조하냐"는 질문에 한 직원이 "다치면 산재도 안 나오잖아요"라고 웃는다. 이들은 '서담시'에서 이상현상을 조사하는 시청 TF팀이다. 공무원들은 폐장한 워터파크 안을 돌아다니다 미끄럼틀에 빨려 들어가고, 물을 끊임없이 토하고, 이상 생물체에 쫓긴다.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380만 회 이상 조회됐다. 하지만 영화나 게임의 한 장면이 아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숏폼 콘텐츠다.
생성형 AI가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과 서사를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AI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였다면, 이제는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등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다. AI 콘텐츠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부감 없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누적 조회수 1100만회…현실같은 가짜 콘텐츠에 '열광'
과거 AI 콘텐츠의 관심 포인트는 '얼마나 진짜 같은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로 AI가 만들어낸 낯선 이미지와 서사가 소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완벽하게 현실을 복제하지 못하는 한계가 오히려 인간이 만들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다.
AI 콘텐츠 계정들은 짧은 기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가상의 도시 '서담시'를 배경으로 한 AI 영상 계정은 개설 한 달 만에 팔로워 5만7000명을 확보했고, 한국 오컬트 분위기의 AI 영상을 제작하는 '노점프스케어'는 누적 조회 수 1100만회를 넘어섰다. 한국판 '드림코어'로 유명한 'deer' 계정은 개설한지 하루 만에 콘텐츠 조회 수 100만을 넘기고, 이틀만에 팔로워 2만명을 모았다.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창작자들은 'AI 티'를 숨기는 대신, AI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낯설고 기묘한 감성을 콘텐츠의 개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 특유의 어색함과 비현실성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기괴한 분위기와 몰입감을 만드는 장치로 쓰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2호선 지하철역, 한 집만 빼고 모든 불이 꺼진 아파트처럼 현실과 닮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꿈속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드림코어(dreamcore)', 익숙한 공간을 기괴하게 뒤틀어 불안과 위화감을 자아내는 '위어드코어(weirdcore)' 등 인터넷 미학과 결합하며 확산하고 있다. 댓글에서 사람들은 "어디서 볼 수 있나 찾았다는데 영화가 아니었다", "불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영상이 너무 좋다. AI가 진짜 무섭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I 생성물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평가받았다면, 지금은 낯섦 자체가 콘텐츠 미학으로 소비되는 셈이다.
"AI, 개발 관련 지식 없어"…호기심에 시작했지만 기업 협업까지
deer 운영자는 "무서운 걸 싫어하는 친구를 놀리기 위해 만들었던 게 계기였다"며 "지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계정은 퇴근 후에 콘텐츠를 만들면서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도, AI 관련 지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점프스케어 운영자 역시 "올해 상반기에 챗GPT 이미지 생성 모델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취미로 이미지를 만들어봤다. 한국적인 공간이나 민속적 요소를 활용한 콘텐츠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직접 만들었다"라며 "원래 AI나 개발, 영상 제작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 AI 영상도 올해 5월에 취미로 처음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시대의 경쟁력은 제작 기술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획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내다봤다. deer 계정 운영자는 "앞으로 AI 콘텐츠는 지식재산권(IP)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로 발전할 것 같다"며 "지금 스토리텔링 구상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영상을 만드는 건 20분 만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제일 큰 차이는 프롬프팅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불쾌한 골짜기를 자아내는 콘텐츠는 AI가 없었다면 절대 못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