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 사는 심모씨(35·여)는 오는 14~16일 서울에 숙소를 잡았다. 이 기간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e스포츠 구단 ‘T1’의 홈그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가 속한 T1이 팬들을 위해 3년째 열고 있는 특별 이벤트다. 심씨는 “겨우 취소 표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사흘 동안 매일 관람할 계획”이라고 했다.
야구 맞먹는 e스포츠 팬덤…협업상품 '불티'
e스포츠가 새로운 팬덤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T1을 비롯한 주요 구단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부터 의류, 식품까지 e스포츠 팬덤을 노린 협업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4일 패션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T1과 협업해 출시한 마스카라, 파우더 브러시, 립밤, 디바이스 등 뷰티 제품의 거래액은 지난달 10일 판매가 시작된 지 3분 만에 1억원을 넘어섰다. 패키지에 T1 공식 로고와 선수단의 사인 등을 그려 넣은 기획 상품이다. 출시와 동시에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구매 전환율(방송을 보며 실제로 구매하는 비율)은 일반 뷰티 상품보다 약 7배 높았다.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T1의 리드 파트너다. T1 선수들이 입는 모든 유니폼에 에이블리 로고 패치가 붙어 있다.

T1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젠지(Gen.G) e스포츠’의 공식 스폰서는 무신사다. 무신사는 이번 시즌 선수들이 입을 유니폼을 직접 디자인·생산한다. 젠지는 식품사인 오뚜기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5월 베트남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리그(LCK) 행사에서 협업 부스를 세우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베트남에선 한화생명e스포츠의 인기도 뜨겁다. 이 구단이 올해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 팬페스트의 전석(3600석)이 매진됐다. 같은 달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랜드월드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SPAO)와 손잡고 유니폼, 반팔 티셔츠, 후드 집업 등 굿즈를 내놨다. 더현대 서울에서 연 팝업 스토어의 온라인 사전 예약은 1분 만에 마감됐고, 오픈 당일 약 500개 팀이 현장에서 줄을 섰다.

e스포츠는 2023년에 이어 올해까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스포츠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중계권료부터 스트리밍 수익, 스폰서십,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해져 상당한 규모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 페이커와 같이 세계적인 게이머를 여럿 배출해 글로벌 팬덤 수요가 몰리고 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작년 3억달러(약 4300억원)이던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34년 5억2000만달러(약 745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e스포츠 팬덤 시장에서 2030세대 여성이 주도하는 프로야구 팬덤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1이 여성 소비자 비중이 높은 에이블리와 함께 뷰티 상품을 기획한 배경이다. 한화생명e스포츠 굿즈 매출의 60%가량은 여성이 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